육류를 많이 먹으면 조기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스턴 핀란드 대학교 연구팀이 42~60세 남성 2600여 명을 2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에 고기를 250g 이상 먹는 남성은 76g 미만 섭취한 남성에 비해 일찍 사망할 위험이 23% 높았다. 고기 섭취는 붉은 살, 흰 살, 내장 등이 모두 포함됐다.
생선, 달걀, 유제품, 콩 등으로 섭취하는 단백질은 조기 사망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고기 단백질은 조기 사망 위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남성의 생활 습관, 식성, 수입, 병력 등을 모두 고려하여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연구팀은 “당장 고기를 먹지 말란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매일 고기를 먹는 것은 좋은 식습관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 임상영양학저널에 실렸고, 뉴욕 타임스에도 보도됐다.
이 연구는 고기가 주식인 유럽, 미국 등 서구의 식습관에 대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과도한 고기 섭취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장암이 암 발생 1위인 위암을 제치고 작년부터 ‘1위 암’으로 올라섰다는 일부의 통계는 국내의 암 발생도 서구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장암, 전립선암이 1위 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두 과도한 동물성 지방 섭취가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고기를 좀 더 먹어야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당시 한국영양교육평가원장)의 2015년 발표에 따르면 65세이상 여성은 하루 육류 섭취권장량인 51.4g 이상 섭취하는 비율이 8.8%에 불과했다. 65세 이상 남성과 19-64세 여성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육류를 섭취권장량보다 덜 먹었다.
19-29세 남성은 하루 평균 80.8g을 섭취하는 데 비해 65-74세 여성은 9.3g을 섭취하는 데 그쳤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육식을 지나치게 꺼리면 영양소의 균형이 깨져 오히려 건강에 손해”라고 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근력 감소가 두드러져 노인의 경우 고기 섭취가 부족하거나 운동도 하지 않을 경우 근감소증도 생길 수 있다. 급격한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암 환자의 사망에는 암 자체는 물론 근력, 체력 의 급격한 저하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암 전문의들은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한 암 환자들에게 근력 보강을 위해 고기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연구결과도 과도한 육류 섭취만 지적할 뿐, 적정량은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고기를 알맞게 먹어야 한다. 요리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을 줄이기 위해 고기는 굽는 방식 보다는 삶아 먹는 게 좋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