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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와 과학의 방법

이윤진이카루스 2024. 11. 2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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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르메니데스와 과학의 방법

 

7 파르메니데스와 과학의 방법

현대물리학과 수학의 관점에서 파르메니데스에게 적어도 세 가지 지속적인 업적을 이룩한 공적이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1) 그는 논증의 연역적 방법을, 그리고 비록 간접적일지라도 지금 지칭되는 가설-연역적 방법(the hypothetico-deductive method)을 발명한 사람이었다.

(2) 그는 변화하지 않는 즉, 불변하는 것이 자기-설명적으로 수용될 것이라고, 그리고 불변하는 것이 설명에서 출발점으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함에서 옳았다. 이 강조로 인하여 (메이에르송[Meyerson]이 논평한 바와 같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나 운동량 보존의 법칙과 같은 보존 원리에 대한 탐구와, 또한 자연에 대한 이론이나 법칙을 수학적 방정식의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이 태어났다: 변화의 과정에서 어떤 물체는 어떤 물체와 동일하게 남는다; 어떤 숨겨진 규모는 특정 변형과 관련하여 불변한다.

(3) 파르메니데스의 이론은 소위 물질 연속성 이론의 시작이었으며 우주론 학파이자 물리 학파의 시작이었다. 물질 연속성 이론으로 시작하여, 물질론에서 파르메니데스 이론과 원자론 학파와의 지속적인 적대관계가 슈뢰딩거(Schrödinger)와 현대의 양자장() 이론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구조라는 문제의 해결에 매우 가치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나아가 파르메니데스의 관념들이 또한 논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음을 깨닫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유인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안하는 바와 같이, 파르메니데스의 결론을 요점--요점으로 논박하여 자신들의 교설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는 그리스 원자론자이자 우주론 학파인 레우키포스(Leucippus)와 데모크리토스(Democritus)의 간접적인 선구자로서 파르메니데스를 우리가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파르메니데스의 연역적 이론체계를 가설-연역적 이론체계로 변환하여, 파르메니데스의 연역적 이론체계를 오류로 판정하였다. 그들은 파르메니데스의 연역이 지닌 유효성을 수용하였고 또한, 존재하는 것은 자연에서 유형적(有形的)이라는 파르메니데스의 함축적 상정(想定)을 일부 수용하였다: 그들은 가득 차고 분리 불가능한 몸체들의 존재라는 파르메니데스의 교설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임이란 불가능하다는 파르메니데스의 결론이 지닌 진리를 합당하게 거부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파르메니데스의 결론이 지닌 허위성으로부터 파르메니데스의 전제가 지닌 허위성까지 논증하면서 파르메니데스가 내놓은 증거를 단계별로 논박하는데 다음과 같다:

 

(4') 움직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거짓이다.

(3') 그리하여 세계가 가득 차 있다는 것과 세계가 하나의 분리 불가능한

거대한 덩어리라는 것은 거짓이다. 그리하여 가득 차고 유형적(有形的)인 물체나 작은 덩어리가 많으며 그것들은 분리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많은 원자들이다.

(2') 오직 가득 찬 것만 존재한다는 것이 거짓이기 때문에 빈 것, 공간

또한 존재한다.

(1') 그리하여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되는 공간이 정말로 존재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가득 찬 것뿐 아니라 빈 것도 존재한다; 그리하여 존재하는 것은 원자들과 공간이다.

이것은 연역적 이론체계에 대한 최초의 논박 즉, 반증이다; 그래서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혹은 심지어 일반적인 과학적 이론화의 시작을 표시한다고 언급될 것이다.

그리하여 파르메니데스는 자신이 주장하는 진리의 길과 함께 물질 연속성 이론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물질의 불연속성 이론인 물질 원자론의 할아버지로 언급될 수 있다.

ㅡ 칼 포퍼 저, 아르네 피터슨 편집,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2007, 119-120쪽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