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15-16)
잘 살게 해준다면 무조건 표 준다는 사람
사흘 굶으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했고
집 나간 엄마 빵 사들고 돌아와 살아났는데
막노동하며 서울에서 살아간다.
한국전쟁 후 생활고로 집단자살 흔한 소식일 때
하루 굶으면 시간조차 혼미하여 흐르는지 모른다.
간장 물에 타 먹고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 연장하여 생명 늘릴 수 있을 듯하여
방바닥에 부서지는 햇빛 퀭한 눈으로 바라볼 뿐.
냇가의 모래 곱고 맑던 시절
버들개지 핀 둑길 거슬러 올라가면
쑥이 무진장으로 돋아난 밭둑에서
종다리 수백 마리 날며 소리쳤다.
오지 마, 다가오지 마
여기는 우리의 영역
알 낳아서 기르는 집이다.
보리 여물어 황금빛으로 변하면
쑥버무리로 생명 이어가던
굶주린 시간
느릿느릿 풀리고 감자와 보리 여물고
햇살 굶주린 얼굴에 검붉게 부서졌다.
농부와 어부, 나무꾼이 고작이던 땅
대포 땅을 울리고 전투기 하늘 날고
군용 트럭 비포장도로 질주했는데
1차 산업 시대 심심하고 일자리 태부족
젊은이들 휘파람 불며 처녀 희롱하면
치마 움켜잡은 여인 종종걸음으로 달아났다.
세월 흘러 늙어서 삶 바라보면
이런저런 끝장에 무덤덤할 때 있어
젊었을 때 애틋하던 삶 퇴색하는데
두렵고 아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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