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 전쟁 (4) (수정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3. 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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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4)

 

아이에게

부모는 집에 없는 존재다.

어디로 갔는지

알 필요도 없었던 것

오래되었고

부뚜막에 앉아

홀로 밥 먹었다.

 

밥과 간장

참기름이나 들기름인데

콩기름 감자 볶을 때 쓰고

맨밥에 비비면 비린내 났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흉년

틀림없이 나타나는 흉어기

돼지 사료인 밀기울로

수제비 만들어 먹거나

간장 푼 물만 마시고

하루 이틀 누워있었다.

 

비쩍 마른 몸 성장한다는 것

뼈 잘 자라지 못해 곱사 되거나

버짐 피는 머리에 파리 달라붙었고

야윈 얼굴

누리끼리하고 퀭한 눈

야비한 광채 번들거려

죽음

삶보다 실존적이었다.

 

개구리 다리 잘라서 구워 먹거나

가을 메뚜기 굽는 손 바쁘고

쑥 캐어 귀한 밀가루에 버무리는 쑥버무리

이제 사람들 건강식이라고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작은 공포도 두려운 이유

개구리 패대기치고 메뚜기 불태우며

무심한 이유

절실한 실존과의 거리 때문 아닐까,

패대기 당하고 화형당하는

인간 모습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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