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전쟁(5)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31. 14:54

 

숯과 고추가 새끼줄에 끼워져

마당이나 대문에 걸려있다면

아기가 태어난 집으로

이웃의 방문을 금한다.

 

금줄에서

숯만 새끼줄에 걸려 있으면

여자아기가 태어났고

숯과 붉은 고추가 있다면

남자아기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균을 박멸하여

먹이고 입히고

접근하여야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의 짓이라고

금줄은 오랫동안 격리 도구였다.

 

전쟁이 시작되고 진행되고

끝장이 나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태어난다.

죽음과 탄생으로

세상은 돌아간다.

 

세상을 멈추려는 자의 망발은 무엇인가?

먼지가 날아가는 일본인이 만든

신작로에 앙상한 전신주만 서있고

여름날 벼가 심어진 논에서

농부는 징발을 소리치는 벼슬아치를 알지 못하고

스탈린주의자가 휘두르는 붉은 깃발을 모른다,

망치와 낫이 무엇을 뜻하는지.

 

세균은 아기의 생명을 파먹는데

금줄이 쳐진 초가집 앞으로

철기시대를 자랑하는 인류가 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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