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마다 초가집 굴뚝에서
조용히 솟아오르는 연기는
춤을 추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웃집이 알까 두려운 집에서는
몰래 쌀을 넣어 밥을 짓고,
이웃집이 알까 창피한 집에서는
은근히 잠을 청해야 한다.
칭얼대는 아이 소리와
자지러지는 간난아이의 울음 속에
다가오는 어둠과 섞여
저녁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집은?
자연을 아름답다고 말하는가,
나뭇짐을 지고 내려오던 아비와
소나무 갈비를 긁어 동이던 어미의
심장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