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침묵 속의 언어

이윤진이카루스 2012. 11. 18. 21:43

언어는

생명을 위하여 태어났기에

종말 앞에 무기력해 보인다.

 

종말을 관장하는 자가 있으면

그가 이렇게 저렇게 넘어지는

인간이겠는가?

 

생명을 통제하는 본질적인 사물이라면

수많은 세월을 지나온 인간사일 텐데

굳이 불멸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아니 시간이라고 부른다 해도

엔트로피라는 반론이 나오지 않았던가?

 

강이 마르고 산이 낮아져 평야가 되고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조개껍질이 보이듯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뒤집어진다는 것.

 

먼 훗날 종말이 찾아와도

마지막 순간에 남는 것은

가장 오래된 언어가 아닐지,

인간선언이었던 말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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