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의 봄날
바람 써늘하지만 햇빛 눈부시던 봄날
공릉천에 가마우지 헤엄치고
재두루미 한 마리 흰색 물새들 모여
아지랑이 오르지 않는 길 따라
노인들 쑥을 뜯고 있었고
사람 손길이 덜 닿은 길 위
한없이 걸으려 작정하고 떠나다.
아들 둘 데리고 앞서가는 아낙네
유행 타는 값비싼 옷차림 아니고
걸음 멈추는 아이들 재촉하더니
어느새 발걸음이 둔덕으로 올라
차량 줄 잇는 차도 따라 사라져.
가장이 일하는 공장에서 출발해
봄기운에 취해 먼 길 걸었던지,
몇 푼 자동차 삯을 아끼려고
하염없이 긴 길 쉬며 갔던지.
인공과 자연이 반반쯤 섞여 있던
가을에 말라버린 갈대 무성하고
버들강아지 흠뻑 물 빨아올리던
누르스름한 갈수기의 하천변에
햇빛 받으며 아기 태운 유모차
도시에서 지친 늙은 부부
삶의 시작과 종착역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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