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소녀와 여인의 중간에서
봄날은 머뭇거렸고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어졌는데
아직 젊음이 주변에 남아있다고,
먼 옛일처럼 미래는 아득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생명들.
내일은 어떻게 다가오고
시간은 어찌 시간 속으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인 것은
그렇게 살고 있는 나와 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냐고 물으면
만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까닭은
말만 돌아오는 귀마동(歸馬洞)에서
나도 없고 너도 없기 때문이지.
하늘로 사라졌다면
허공 속에 존재하겠고
땅속으로 꺼졌다면
지하에서 잠들었겠지만
그냥 없어졌다고 믿고 싶어
주위의 적막을 느끼고 있지.
주저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고
행동은 늘 후회로 돌아가지 않았던지
이 어설픈 세상에서
너의 눈동자에 떠오른 불안한 시간을
나는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서
눈을 감고 아득한 영원의 세계로 떠나지.
영원이라고,
그 터무니없는 시간이 우리의 손아귀에?
지나온 스무 살을 아직도 착각하는
너와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일 뿐
세상은 신비롭기만 한 공간이기에
.................
후기:
결정론에 대한 직감적 개념은, 세상이 영화와 같다고 말을 함으로써 요약될 것이다:
방금 투사되고 있는 그림이나 사진은 현재이다. 이미 상연된 영화의 저 부분들은
과거이다. 그리고 아직 상영되지 않은 부분들은 미래이다.
- 칼 포퍼, "열린 우주: 비결정론을 위한 논증", 5쪽 -
The intuitive idea of determinism may be summed up by saying that
the world is like a motion-picture film: the picture or still which is
just being projected is the present. Those parts of the film which
have already been shown constitute the past. And those which have
not yet been shown constitute the future.
- Karl Popper, "The Open Universe: An Argument
for Indeterminism", p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