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에서 가르친 제자들이
청년이 되어 찾아왔다.
오이도 전철역 종점에서
휘몰아치던 서해 바람은
세월 속에서 멈추었고
젊은이의 세상이 왔는데
세상은 늘 그렇지 않은가?
입대한다고 기다리는 재명이,
영문학과 국문학도 전공하고
기계학도와 경영학도도 있고
의상디자인에 통계학 전공,
불문학과 다시 대학에 가려는
젊고도 젊은 옛 추억에
늙은 가슴이 뛰놀았다.
그렇게 세월이 갔고 갈 텐데
업적을 남겨서 무엇하고,
이름을 빛내서 소용이 있을지
지금도 망설이는 마음속에는
삶이라는 것은 허무하기에
몸부림치며 산다는 외침이...
삶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원래 고단한 것인 까닭은
자연과 맞닥뜨리며 살아온
생명체의 역사이기에
영원히 싸우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운명이 아닐지.
만남과 헤어짐처럼
사람 사이에는 바람이 불고
금빛으로 빛나던 서해 바다는
가슴에 비석처럼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