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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으로부터 엑소더스

바벨탑으로부터 엑소더스 절대자가 존재한다면 온갖 실수투성이인 인간일 리가 없고 그런 인간을 만들 리도 없어서 우리가 태어나서 그냥 살아가는 것인데 외롭다고? 외로워서 절대자의 명령에 따른다면 그 명령은 인간의 언어로 전달되고, 절대자가 그 언어로 우리와 소통한다고? 바벨탑에서 흩어진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떠났다는 것은 생소한 세상에 정착해서 새로운 관념으로 삶을 서술하는 것인데 인간이라는 모습에서 언어를 연역하면 삶의 모습이 드러나서 언어가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네. 죽여서 잡아먹은 행위는 맹수들에게도 있어서 인간 행위 전부가 아니지. 언어로 신호하고 원시적으로 표현하는 기능은 동물에게도 있고 우리에게는 다른 기능이 있는데 설명하고 논증하고 비판하는 능력인데 그대에게 그런 능력이 있나.

습작시 2024.04.15

굽신대며 살아가기 (습작시)

굽신대며 살아가기 정해진 운명을 심지어 신(神)도 피할 수 없다 ㅡ 헤로도토스 ㅡ τὴν πεπρωμένην μοῖραν ἀδύνατόν ἐστι ἀποφυγεῖν καὶ θεῷ. 최초의 왕은 틀림없이 군인이었다는 볼테르의 상상에 따라 끝없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목숨을 위협하는 깡패가 ‘죽을래 복종할래’로 군림하던 동물 세계가 있지. 굽신거리며 살아야 하는 동물의 운명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는 까닭은 깡패도 죽음이 두려워 남을 지배한다는 사실 때문이지. 이성이 발달하며 민주주의를 최초로 실행했던 아테네에서 인간 평등이 노예해방 직전까지 갔던 이유는 심지어 신(神)도 인간처럼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노예처럼 권위에 굴복하지 않았다. ‘우리는 동양인들처럼 머리 숙여 인사하지 않는다’는 쇼펜하우어의..

습작시 2024.04.12

에베소에서 세월의 흔적

에베소에서 세월의 흔적 동일한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ㅡ 헤라클레이토스 ㅡ δὶς εἰς τòν αὐτòν ποταμòν οὐκ ἂν ἐμβαίης.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을 거쳐 갔다는 에베소에 항구까지 설치되었다는 가로등만 즐비한데 2600년 후 바다는 멀리 물러가 사라지고 발굴된 그리스 유적만 쌓여있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고대 유적을 찾아가지만 그리스의 동방 식민지 이오니아에 살았던 탁월한 철학자의 흔적은 어디 있는가. 무상보다 더 정확한 시각이 바울에게서 발견된다면 그는 에베소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구세주라고? 무상이라는 진리보다 더 심오하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듯 지나간 세월은 영원히 가버리고 남은 것은 어리석음과 회한뿐 잘한 것은 거의 없더라. 가식으로 꾸며진 표정이여, ..

습작시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