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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수정본)

기도 기도무능한 자의 소망일지도 모르지만유능한 자의 능력 알지 못하여성당에서 묵도하는 일 잦다. 돌아가신 이 생각하고 살아온 길 돌아보며앞으로 어찌 살지 침묵으로 생각한다. 그저 이렇게 해달라는 간구로 끝나지만평안하게, 아무런 느낌이나 생각도 버리고간혹 이대로 세상 떠나도 좋다는 느낌 든다. 최후의 기도 가능하다면 음계 이어 연주하는 것처럼이 세상 끝내는 것이리라,이리저리 살았던 노인 계곡으로 떨어지고아낙으로 늙었던 노파 심장 밤새 멎듯이.

습작시 2025.03.05

오월의 아카시아 (수정본)

오월의 아카시아 봄이 오기 전호흡부전으로세상 뜬 아비의 몸 불태우고2시간만에 나온 뼈를 빻아벽제 화장터 옆에 뿌렸다.  혈육이 사망하기 전까지매일 출퇴근길에서요리조리 피해 다녔다.살점과 뼈가 고온에 녹아내려마침내 바스러지는 곳이라니,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곳 죽음 누구에게나 갑작스럽듯이 피붙이에게도 그렇게 다가왔다.불에 태워지기를 원했다지만어쩔 수 없다고 결정하지 않았던지,그냥 가보자고 끄떡이지 않았던지. 한바탕 가루가 되어 산속에 버려졌으니찾아가도 만날 수 없고 만져도 닿지 않는다.개나리가 피면 삼베옷 입었다고진달래가 피면 붉은 눈물 흐른다고그쪽만 바라보아도 눈물 고였다. 오월 녹음이 무섭던 날아카시아가 산 타고 오르면서늙어가던 이의 반백머리처럼명암 섞어 들었다. 노인의 향기산에 스러져 하늘로 가는..

습작시 2025.03.05

선유동 지나며 (수정본)

선유동 지나며 차도에서 고개 넘는데마을 있으리라는 느낌사람 살리라는 생각 아득해. 짙푸른 6월 말의 녹음 속에서좁은 포장도로 따라 오르내리면녹음에 맴돌던 고요 찡 울리고산딸기 따 먹고 내려간 길에논밭이 펼쳐졌다. 돌아 나오려면 어찔한 더위선유천 따라 내려가니늘 다니던 버스길 보일 듯한데수많은 개가 짖는다. 감금된 슬픔 마을 위로 떠 오르고감시하는 개 외면하고 무관심했다.고압선과 수많은 개의 존재 이방인처럼 서걱거리고선유동 여름 햇볕 속에 늙어갔다. 후기: 선유상회에서 물 한 병과 얼음과자 하나를 사고, 양주화훼단지 쪽으로 계속 걸었다.

습작시 2025.03.05

그곳에 가면 (수정본)

그곳에 가면  젊어서 돌아가신 어머니 체취 어리는 곳에 가면비가 내린다.짙은 구름 몰려오고폭우 되어 앞 가리고태양 빛을 잃는다. 어린아이들어떻게 살아왔을까요?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지금 무사하다고 말하지만생명이 비틀거렸지요. 삶이 그런 것이라고 잊지 말라고그곳에 가면 비가 옵니다. 후기: 내일은 2009년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이제 내 곁에 어버이는 없다.

습작시 2025.03.05

강연을 이해 못하는 사람과 모두 이해하는 사람

강연을 이해 못하는 사람과 모두 이해하는 사람 강연이 끝난 후 또 다른 학생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닐 반면 한 학생은 모든 단어를 이해했다는 편안한 느낌을 지니고 떠날 것이라고 나는 학생들에게 자주 말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닐 학생은 왜 강연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말할 수 있어서 강연자가 이해한 것보다 더 깊은 이해를 보일지도 모르는 반면 모든 말을 이해했다는 편안한 느낌을 지니고 떠날 학생은 강연의 내용에 대하여 비평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 번째 학생은 강연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의 문제를 심지어 해결할 것이다.ㅡ 칼 포퍼 저, 아르네피터슨 편집,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2007년, 217쪽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