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마크 패드모어, 겨울나그네/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4. 12. 9. 14:37

문화

음악·공연·전시

‘겨울나그네’ 가장 잘 부르는 영국 테너

등록 : 2014.12.08 19:25 수정 : 2014.12.08 19:25

 

마크 패드모어 테너.

마크 패드모어 첫 단독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도 함께
섬세하고 절제된 감수성 돋보여

영국인 마크 패드모어는 어떻게 독일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됐을까?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리트(Lied, 독일가곡)는 독일 성악가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리트의 교과서로 꼽히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프리츠 분덜리히, 페터 슈라이어가 그들이다. 하지만 20세기 중후반 피터 피어스를 시작으로 앤소니 롤프 존슨 등 영국 테너들이 등장하면서, 리트는 더 이상 독일어권 성악가들의 독무대가 아니게 됐다. 1990년대 후반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리트계에 혜성같이 등장하던 무렵, 클라리넷을 전공하다가 뒤늦게 성악가로 나선 또 다른 영국 테너 패드모어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는 슈베르트 연가곡을 비롯해 바로크 오페라와 종교음악을 위주로 활동하며,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영국 테너는 라틴 테너의 고음과 정열 대신, 섬세하고 절제된 감수성과 지적인 해석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청아한 발성과 우아한 음색의 패드모어가 이달 11일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려준다. 국내 첫 단독 리사이틀이다. 2008년 첫 내한 무대에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흐의 <요한 수난곡>을 불렀던 그는 이번엔 2010년 ‘그라모폰 상’을 공동수상했던 <겨울 나그네>의 음반 파트너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와 함께 무대에 선다. 이 음반은 <겨울 나그네> 연주의 새 지평을 연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패드모어가 <겨울 나그네>에서 세계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주최 쪽과의 이메일 인터뷰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엄밀한 독일어 발성뿐 아니라, 가사의 시적 의미를 매우 중시한다. 늘 처음 연주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새롭게 곡을 해석한다. 청아하지만 한편으로는 음울하고 황량한 음색, 그리고 작품에 대한 깊은 탐구가 그를 당대 최고의 <겨울 나그네> 테너로 만든 것이다.

“겨울 나그네에 관해 모든 것을 아는 건 불가능해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다. 나는 네 가지 원칙이 있는데, 우선 가사를 소리 내 읽고, 멜로디를 노래하고, 리듬을 느끼고, 화음을 듣는다.” 시와 음악의 균형은 모든 가곡의 영원한 주제다. 패드모어는 가사를 이해하는 감수성이 탁월하다. “언제나 노래는 가사와 함께 시작된다. 심지어 작곡가가 선택한 가사가 최고수준이 아닌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가사를 읽고 이해한 뒤엔 가사를 명쾌하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패드모어의 <겨울나그네>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생물’이다. 치밀한 탐구를 통해, 절망에 빠진 인간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내면을 늘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작품에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곡을 연주하면서 언제나 처음 대한 듯이 연주하고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평생 고독과 가난 속에 살았던 슈베르트는 1827년 <겨울 나그네>를 내놓은 이듬해 세상을 떴다. 모두 24곡으로 이뤄진 이 연가곡에서 사랑에 실패한 청년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까마귀, 도깨비불, 백발, 거리의 악사 등을 만난다. 패드모어의 <겨울 나그네>는 이 곡의 수많은 해석자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여행의 동반자로 보인다. 특히 제6곡 홍수(Wasserflut)는 압권이다. 빌헬름 뮐러의 원작 시를 읽어본 다음 듣는다면 더 좋다. 1577-776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고양문화재단 제공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3D 오디오 없는 UHD/한겨레신문  (0) 2015.02.09
리흐테르의 피아노/김선우/한겨레신문  (0) 2014.12.09
가장 슬픈 음악  (0) 2014.11.20
Una Furtiva Lagrima/파바로티  (0) 2014.10.19
날 울게 하소서  (0) 2014.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