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고향의 강(江)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1. 11:56

삶은 피가 흘러야 하지만

혈액에는 죄악도 흐른다고

세월이 흘러서 깨닫고 만다.

실핏줄을 따라 매달려

심장을 드나들던 덩어리는

어느 날 핏줄을 막고 손을 벌린다.

 

파멸을 의식하며 아직 멀었다고,

잊고 살아도 된다고 외면했는데,

파괴하며 살았는데

망각이 치기(稚氣)와 뒹굴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시간을 타고 육체는 날아갔는데

우주에 대고 외쳐도 침묵만 돌아와서

인간의 언어를 갈구하며 몸을 뒤챈다.

 

신(神)이 사람을 닮았던가, 간청을 보내는 대상이?

천둥과 번개가 지나가고 해와 달이 떠올랐다 지고

초목이 자라서 늙었지만

눈을 비비고 보아 귀를 기울여 들어

남은 것은 무엇인가.

 

고향의 강(江)을 찾아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심정을

단순히 본능이라고 말하면

무지(無智)가 아닐까,

무책임이 아닐까?

생존의 끝에서 소리쳐 울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누가 답변할까?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그 앞에 엎드리지만

정신은 날아 가버리고 어른거리는 비웃음이여!

 

피를 정화하는 이는

우리일 뿐이라고,

생명은 희망이라고

세월은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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