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고래고기에는 기름이 많다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3. 22:11

한국전쟁이 끝나고

땅에 사람이 비어서 곡식이 잘 자라지 못했고,

가축이 드물었으며 바닷고기가 먼 바다로 떠났다.

나무꾼이 지고 온 화목이 매매되는 시장터에서

겨울동안 김치를 사서 먹어야 하는 식구에게

엄마는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는 사람이었고

여름마저 추운 계절이었다.


참다못해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온 동네사람들의 눈이 빙그르르 돌아갔는데,

장터 국밥집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냄새가

굶주린 배의 방향을 얼른 틀어놓았다.

고래 일종인 곱뎅이가 잡혀 소쿠리에 얹히면

검은 피부가 번질거리도록 기름이 흘렀는데

희한한 냄새가 공중에서 마음을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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