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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체제에 돌입한 삼성/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1. 28. 13:44

경제경제일반

JY는 왜 ‘선택과 집중’인가

등록 :2015-11-27 19:3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메르스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메르스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26일 엘지를 시작으로 그룹들의 연말 사장단인사 시즌이 본격 시작됐다. 다음주부터는 삼성을 비롯해 에스케이, 현대차 등의 인사가 줄지어 단행된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의 한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향후 구조조정 방향과 강도와 관련한 메시지(신호)가 감지될 것”이라며 “삼성의 그 누구도 구조조정에서 예외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무겁게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한화에 방산과 일부 유화사업을 매각했다. 이어 지난 10월 롯데에 나머지 유화사업까지 팔았다. 병상의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하고 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제이와이(JY·이재용)로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정작 제이와이가 ‘선택과 집중’을 하는 근본 배경에 대해선 소홀한 것 같다.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선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3분의 1이 그만뒀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로 구조조정의 태풍은 강력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어리둥절해했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의미는 분명해졌다. 지금 삼성의 위기의식은 20년 전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삼성의 한 핵심임원은 “수출시장인 신흥국 및 중국의 위기, 주력산업의 경쟁력 하락, 내수 활성화 한계, 구조조정 지연 등이 겹치면서 향후 2~3년 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목할 것은 이런 위기의식은 비단 삼성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기본적인 상황 인식은 삼성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제이와이의 선택과 집중은 재벌의 경영 패러다임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손대는 ‘비관련 사업다각화’는 지금껏 재벌의 특징이었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76년간 전자·금융·조선·중공업·건설·유화·유통·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제이와이는 할아버지와 부친의 다각화 전략을 과감히 폐기했다.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했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매출은 수조원씩 하면서 이익은 1천~2천억원에 불과한 사업들은 가능하다면 모두 정리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조 단위의 엄청난 적자를 내고도 전망이 불투명한 건설·중공업·엔지니어링이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그럼 다른 재벌의 모습은 어떨까? 삼성의 한 계열사 사장은 “다른 그룹과 만나보면 삼성의 위기의식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 삼성 이외 다른 그룹들은 최근 수년간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진출을 명분으로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 나섰다. 삼성으로부터 유화와 방산을 인수한 롯데와 한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에스케이, 면세점에 뛰어든 두산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비용 절감 등 일상적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경영전략은 ‘선택 없는 집중’으로, 기존의 ‘다각화’를 고수한다는 점에서 삼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최근에도 웅진·동양·에스티엑스(STX)·동부 등 많은 그룹들이 부실을 과감히 정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무너졌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하는 것이다. 올봄 삼성 사장단회의 때 강연을 한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외환위기 때 30대 그룹의 절반이 망했는데, 향후 20~30년 안에 현재의 30대 그룹 중에서 살아남을 곳은 절반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