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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당과 여당의 위상, 무기력과 도덕불감증/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 12. 22:01

사회교육

야당 무기력·여당 도덕불감증…자질·도덕성 못거른 ‘물청문회’

등록 :2016-01-11 19:36

 

이준식 부총리 투기·차녀국적
청문회 직전에 자료 내 검증방해
현안 소신커녕 사실도 몰라 쩔쩔
야, 추가자료 요청않고 얼렁뚱땅

강은희 장관 부적격 지적하고도
야, 보고서채택에는 반대 안해
홍윤식·주형환 검증도 설렁설렁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분당 사태로 몸살을 앓는 사이, 사회부총리를 포함해 장관 5명을 교체하는 인사청문회가 조용히 마무리 되는 모양새다. 후보자들에 대해 부동산과다보유 논란, 자녀 국적 논란, 전문성 부족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물청문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데 이어 이르면 12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이 후보자 청문회 내용을 감안하면, 이런 무난한 임명 과정은 이 후보자의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훌륭해서라기보단 야당의 무기력과 여당의 도덕불감증 탓이 크다.

이 후보자는 내정자 발표 직후부터 40억원 상당의 아파트·오피스텔 4채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졌다. 청문회 전에 이미 이 4채의 부동산 매입으로 1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자격 논란이 일었지만, 명백한 불법사실은 드러나지 않으면서 결국 청문회에서 결정적인 문제로 부상되지는 않았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오피스텔은 노후에 대비하고 정년퇴임 후 개인 사무실로 쓰려고 구입해 9년간 보유하고 있으며 매도할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서민들의 애환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직전에야 국회와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어 차녀의 미국 국적 문제와 부동산 의혹을 해명해 야당 의원들의 검증을 사실상 방해했다. 교문위 소속 한 야당 보좌관은 11일 “이 후보자는 자료를 더 요청해서 받으면 낙마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의원들이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지역구에 신경 많이 쓰는데다 당은 내부적으로 탈당 이야기가 나오며 뒤숭숭하다보니 그냥 넘어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는 도덕성 문제뿐 아니라 정책 전문성 면에서도 제대로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국정 교과서, 누리과정 예산, 기간제 교사 처우 문제 등 주요한 사회·교육 현안과 관련해 전문성과 소신은커녕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해 쩔쩔매는 장면을 여러차례 보였다. 야당의 또다른 보좌관은 “공대 교수 출신인 이 후보자는 재산 등 신상 문제 뿐 아니라 보육과 교육도 구분 못하는 등 유초중등 교육에 문외한이라는 것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자질 문제를 갖고 낙마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진일보한 것” “최선의 결과”로 평가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11일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돼 조만간 이 후보자 등과 함께 장관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은 “강 후보자의 견해는 전시 성폭력 문제가 공소시효 없는 여성인권 침해임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주무부처일 뿐 아니라 여성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여가부의 장관으로서 부적격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으나 보고서 채택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실시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엔 인사청문회가 3시간30분만에 끝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같은 날 열린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이튿날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산업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청문회가 열리면 의원실에서 보좌관1명, 비서관 3명씩 붙어서 자료를 챙겨봤는데 이번엔 대부분 보좌진들이 지역에 내려가 있어서 대체로 1명만 청문회를 담당하다보니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정윤 엄지원 이유주현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