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많이 가르치면 학생들 창의력 방해" / 핀란드 살베르그 교수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8. 21:35

“많이 가르치면 학생들 창의력 방해…한국 학교문화엔 신뢰 확보가 중요”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ㆍ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핀란드 살베르그 교수와 ‘미래 교육’ 대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시내에 있는 글로호텔에서 파시 살베르그 헬싱키대 교수(오른쪽)와 ‘미래 교육개혁’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시내에 있는 글로호텔에서 파시 살베르그 헬싱키대 교수(오른쪽)와 ‘미래 교육개혁’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한국과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우등생’이다. 하지만 핀란드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활동과 창의적 잠재력을 인정하는 교육평등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면, 한국은 표준화된 교육원리에 따라 시험 성적을 중심으로 줄세우는 입시경쟁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북유럽 국가에서 교육 불평등 해소와 미래 사회를 위한 교육개혁 방안을 배우고 토론하기 위해 덴마크와 핀란드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핀란드의 공교육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한 교육학자 파시 살베르그 헬싱키대 교수와 대담 했다.

살베르그 교수는 핀란드 교육의 핵심을 “더 나은 평등한 삶을 위해 모든 이들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핀란드에선 학생들 간 서열화를 하지 않는다”면서 “높은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은 단지 각자의 노력을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서 핀란드 교육개혁 과정을 소개한 책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을 출간한 살베르그 교수는 ‘적게 가르쳐야, 적게 평가해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저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많이 평가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한국 학생들의 학습량이 핀란드의 2배 이상 되는데, 어떻게 줄일지 고민이다. 충분한 휴식에 대해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조 교육감의 고민에 대해 살베르그 교수는 “그렇게 많은가?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어 “많은 공부 시간은 어린 학생들의 창의성을 방해한다. 스스로 문제해결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현대사회에선 지식의 양을 늘려도 창의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조 교육감은 한국의 치열한 경쟁의 이유를 ‘추격’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가 150여년의 역사를 통해 PISA에서 최고 수준에 달했다면, 한국은 30~40년 동안 ‘추격 산업화’와 ‘추격 교육화’를 통해 정상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경쟁과 차별적 보상으로 학생들을 채찍질하는 추격 교육이 결과적 성과와 달리 내적으로는 교육 주체들의 삶을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존 교육방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는 인구가 500만여명이지만, 한국은 5000만명이 넘기 때문에 같은 교육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살베르그 교수는 “국가나 인구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규모가 크다면 분할 방식이 효과적”이라면서 “서울에서도 자치구별로 자치행정을 시행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시대의 미래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살베르그 교수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개혁 속에서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무엇을 공부할지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자원 고갈이 일어나는 것처럼, 앞으론 창의성을 가진 ‘인간 자원’의 고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기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정작 인간이 추구하는 목적이나 방향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학생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디지털 도구 사용에 대해 살베르그 교수는 “스마트 기기로 대면, 상호배려, 소통과 같은 면대면 직접경험을 대체할 순 없다”면서 “첨단기기들을 학생들에게 먼저 나눠주고 무엇을 할지 물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할지 보다 많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교육체제는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자율성에 부응하는 책무를 중요시한다. 이에 더해 살베르그 교수는 다른 교사와의 상호 협력과 배려를 강조한다. 조 교육감은 “핀란드형 협력 교육을 학교와 교육에서 ‘민주주의의 심화’로 표현해 보고 싶다”면서 “학생이 더욱 창의적인 지식탐구자가 되는 것은 학생이 교사와 수평적인 위치에 놓이는 것이고, 학생과 학생, 교사와 교사 간 협력적 관계의 형성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살베르그 교수가 바라본 한국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국은 교육 재정을 충분히 확보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고, 과거와는 달리 통제보다는 자율, 현장 중심으로 가고 있다”면서 “학교문화에서 신뢰가 확보된다면 사회적으로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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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100100&artid=201609262137025#csidxd43df43cd6b45379e429e61737dd1c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