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기
삶도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그까짓 죄책감이야 잊고 살았는데
여전히 두려운 것은
기억이라도 하여 조신하며 살려다가
망각하고 희희낙락하는 내 모습이지.
돌아보라고,
잘한 것은 생각나지도 않고
오류와 죄악만이 궤적에 널브러져있지.
그래서 칸트는 정언명령이라는
절대적 도덕기준을 세웠을 텐데
철이 들었다는 이야기지.
도덕을 최고의 미덕으로 정한 스승이나
망각할 수 있기에 전진할 수 있다는
실존주의적 언명에
선량함은 어떤 행동이냐고,
실존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수 있는 용기라도 있는지.
당신은 용서해줄지라도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데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