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철들기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3. 23:34

 

            철들기

 

삶도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그까짓 죄책감이야 잊고 살았는데

여전히 두려운 것은

기억이라도 하여 조신하며 살려다가

망각하고 희희낙락하는 내 모습이지.

 

돌아보라고,

잘한 것은 생각나지도 않고

오류와 죄악만이 궤적에 널브러져있지.

그래서 칸트는 정언명령이라는

절대적 도덕기준을 세웠을 텐데

철이 들었다는 이야기지.

 

도덕을 최고의 미덕으로 정한 스승이나

망각할 수 있기에 전진할 수 있다는

실존주의적 언명에

선량함은 어떤 행동이냐고,

실존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수 있는 용기라도 있는지.

 

당신은 용서해줄지라도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데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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