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공릉천의 봄날

이윤진이카루스 2013. 4. 29. 21:22

 

바람이 써늘하지만 햇빛이 쏟아지던 봄날,

공릉천에는 가마우지인지 검은 새가 헤엄치고

재두루미 한 마리와 흰색 물새들이 놀았는데

아지랑이가 오르지 않는 길을 따라

늙은 노인들이 쑥을 뜯고 있었고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길 위를

한없이 걸으려고 작정하고 떠나다.

 

둑길에 모래를 쌓아놓고

건축업자를 기다리기에

매끄러운 손길이 없고

세월 속에 퍼질러 앉은

늙은이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들 둘을 데리고 앞서가는 아낙네는

유행 타는 값비싼 옷차림이 아니고
걸음을 멈추는 아이들을 재촉하더니

어느새 발걸음이 둔덕으로 올라

차량이 줄 잇는 차도를 따라 가버렸다.

 

가장이 일하는 공장에서 출발하여

봄기운에 취해 먼 길을 걸었던지,

몇 푼의 자동차 삯을 아끼려고

하염없이 긴 길을 쉬며 갔던지.

 

인공과 자연이 반반쯤 섞여있던

가을에 말라버린 갈대가 무성하고

버들강아지 흠뻑 물을 빨아올리던

누르스름한 갈수기의 하천변에는

햇빛을 받으며 아기 태운 유모차가 오고

도시에서 지쳐빠진 늙은 부부가 갔는데

삶의 시작과 종착역이 있더라.

 

 

 

 

 

 

 

 

 

바람이_써늘한_봄날[1][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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