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566

한국 전쟁 (4) (수정본)

한국 전쟁 (4) 아이에게부모는 집에 없는 존재다.어디로 갔는지알 필요도 없었던 것 오래되었고부뚜막에 앉아 홀로 밥 먹었다. 밥과 간장참기름이나 들기름인데콩기름 감자 볶을 때 쓰고맨밥에 비비면 비린내 났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흉년틀림없이 나타나는 흉어기돼지 사료인 밀기울로 수제비 만들어 먹거나간장 푼 물만 마시고 하루 이틀 누워있었다. 비쩍 마른 몸 성장한다는 것뼈 잘 자라지 못해 곱사 되거나버짐 피는 머리에 파리 달라붙었고야윈 얼굴 누리끼리하고 퀭한 눈 야비한 광채 번들거려죽음 삶보다 실존적이었다. 개구리 다리 잘라서 구워 먹거나가을 메뚜기 굽는 손 바쁘고쑥 캐어 귀한 밀가루에 버무리는 쑥버무리이제 사람들 건강식이라고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작은 공포도 두려운 이유개구리 패대기치고 메뚜기 ..

습작시 2025.03.09

2008년 세밑 (수정본)

2008년 세밑 지하도 구석마다길게 누운 노숙자들시선 피하며이리저리 뒤챈다. 식당에 사람들 앉아 온갖 음식 기다려 먹는데텔레비전 모니터에서 젊은이들이 미친 듯 춤춘다. 현기증 일어나는 도심의 고층빌딩에서부스스한 몰골의 부랑자 모습 떨치며애써 자본의 힘 잊는다. 가난 나라도 구제하지 못해?기온이 내려가는 서울 거리에서바람이 차도 휩쓸고지하도 핥고 사라진다. 노래 춤과 노숙자가 뒹구는 600년 도읍지에서최고 통치자 일갈한다,“조직(혁신)에 대한 자신 없는 사람 떠나라.”

습작시 2025.03.09

발자취 없는 사람들 (수정본)

발자취 없는 사람들 세월 가면멀리 있던 검은 점(點) 다가왔다.아니, 그 점을 향하여 질주했다.희미해진 시력으로 바라보니검은 화살촉 심장 관통하고육신 바람에 붙박여 시들었다. 광속(光速)으로 흐른 시간우주 쪼그라들어 비틀거리고다시 움직이며 고개 쳐들어노예 되어 시간과 싸웠다. 당신 아는가,휘어지고 비틀리는 시간의 족적(足跡)을,휨과 비틀림 또한 어느덧 녹아내려발자취 없는 세상으로 떠난 자들.

습작시 2025.03.09

바오바브나무의 역사 (수정본)

바오바브나무의 역사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 3천 년 이상 사는데거죽 단단하되 속은 물러서 동물들 속에 살고아름드리 몸뚱이 공중에 올려치즈 조각 같은 열매 맺는다. 이기적 유전자(利己的 遺傳子) 바깥을 차단하고빗물 공기 양분 빨아들이기만 해살아가는 생명이기에창조된 신화(神話)에서 무리를 먼저 생각하면옛날 고래나 곰 사냥에 어울리는 짓이지. 마르크스와 케인즈 사라진 지구에기계의 굉음에 따라 산골짜기 무너져 내리고태백준령에 사람 모르는 소나무도 짧게 살지. 엄격하게 살되 부드러운 마음 지니라고세상을 여과하며 불필요한 것 막으려고세상살이 갈등이라네. 팽창하는 우주 파멸하여 사라질 때바오바브나무 세상 떠나면서싸움의 종말 증언할 테지,쓸모 모르는 역사를.

습작시 2025.03.09

떠나는 자 (수정본)

떠나는 자 누가 떠났다고 하면싸악, 가슴 아리다.존재 희미하던 사람 떠나도덜컥 가슴 내려앉는다. 머물렀던 몸 추락하고떠난 사람 외롭고 고통스럽지만바른길 갔을지도. 살아가는 것 투쟁이라고대지 인간에게 저항한다고,한 자리에 머물 수 없어외롭고 아프기 싫어떠나기를 망설이기에저항하여 떠난 자 운명이고 깨어 있는 꿈. 돌아오지 않겠다고 떠나면길가에서 잠들겠지만깨어 있었다고 내가 말할 수 있을까.

습작시 2025.03.09

스테파노 추기경, 2009년 2월

스테파노 추기경, 2009년 2월  붉은 양탄자에 놓여도빛은 먼 여행길 떠나 사람들 고개 숙이고 지나갔다. 외롭지 않으려 바보 되었지만바보를 사랑하는 까닭누구나 모자라기 때문. 고백하기 힘든 무지(無知)생존이라는 이름으로 떠돌지만교만(驕慢)으로 끝나지 않나.하늘과 들판처럼 땅은 비어있고인간 벗어날 수 있을까. 두 눈 주고눈 감고 잠들고무심한 세상에어리석었다 고백하고 떠났지만나자렛 목수처럼기억으로 남는다. 검은 안경에 지휘봉냉혹한 군인의 얼굴일본도와 소총 번질거렸고당신이 잡은 환자 손에딱지 짓무르다. 거짓정체 폭로하기 위하여당신 스스로 어리석음 드러냈고드물게 분노했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속세에서 목숨 간직하고 살고 싶었다고 육신 말했지만그런 세상 있을까. 안녕,누구나 뒤따를 뿐내가 떠나가는 대지에누..

습작시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