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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수백만년간 큰 호수 있었다/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4. 12. 1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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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수백만년간 큰 호수 있었다

등록 : 2014.12.09 20:06 수정 : 2014.12.09 21:35

지표의 철 성분 때문에 붉은빛을 띠는 화성의 표면.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나사, 큐리오시티 탐사 결과 밝혀
“산악지대, 호수 퇴적물로 구성
생명체 출현·번성 가능성 충분”

화성에 엄청난 양의 물이 오랜 기간 존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8일 공식 발표했다. 화성에 한때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나사는 이날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탐측 결과는 ‘마운트 샤프’로 명명된 산악 지대가 거대한 호수 지반의 퇴적물들이 수천만년 동안 쌓여 형성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나사는 또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사진과 지질 자료를 분석해보니 초기 화성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곳곳에 물이 많았으며 두터운 대기층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큐리오시티는 발사된 지 8개월여 만인 2012년 8월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에 착륙했으며, 지금까지 약 8㎞ 구간을 이동하면서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분화구) 안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사암 지반이 분화구 가운데 솟은 산인 마운트 샤프(사진 왼쪽) 방향으로 흘러가 쌓인 흔적이 확인된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AFP 연합뉴스
지름이 154㎞나 되는 게일 크레이터의 가운데에는 약 5㎞ 높이의 산(마운트 샤프)이 솟아있는데, 지금까지 이 산의 형성 과정은 의문이었다. 나사의 화성탐사 프로그램 수석연구원인 마이클 메이어 박사는 “게일 크레이터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며 “이 호수는 생명체가 출현하고 번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수백만년 동안 존속했을 수 있으며, 이는 퇴적물이 쌓여 산을 형성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래 사진은 분화구의 가장자리 산의 내벽으로부터 마운트 샤프 쪽으로 고운 진흙이 물줄기를 따라 흘러내려 굳어진 사암들을 근접 촬영한 모습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AFP 연합뉴스
큐리오시티 탐사팀 과학자인 로저 서먼스 박사는 <뉴욕 타임스>에 “탐사로봇의 관측과 발견으로 미루어 초기 화성의 상태는 지구와 상당히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와 화성 모두 생성 초기 수십억년 동안 생명이 자랄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으며 암석의 화학 성분과 풍화과정도 똑같았다는 것이다. 이는 화성에도 최소한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다. 지금의 화성은 대기권이 매우 얇고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63°C인 메마르고 추운 별이다. 그러나 초기엔 두터운 대기층이 있었고 기온이 영상을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분화구)에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로 가득 찬 호수가 있었던 시기의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AFP 연합뉴스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려면 △지표면의 물과 충분한 에너지 △탄소·수소·산소·인·질소 등 5대 기초원소 △장구한 시간 등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통설이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화성에서 이런 조건이 형성됐던 시기가 기껏해야 수천년 정도로, 생명 탄생의 기준에는 턱없이 짧았던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나사는 지금까지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마운트 샤프에 관한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게일 크레이터에 큰 호수와 강, 퇴적토가 형성한 삼각주가 수백만~수천만년 동안 있었던 게 거의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큐리오시티는 앞서 지난해 3월 탄소·수소·산소·인·질소·황 성분을 포함한 점토광물이 굳어진 암석을 채취한 바 있다.

마이클 메이어 박사는 “마운트 샤프의 형성 과정으로 알아낸 화성의 환경 변화에 관한 지식은 앞으로 화성 생명체를 탐색하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