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발사 예정인 일본 소행선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1999JU3’에 접근한 뒤 소형 로봇을 내려보내 탐사 작업을 하는 개념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누리집 |
샘플 채취해 생명흔적 찾는 임무
2018년 행성 도착·2020년 귀환 목표
7년간 52억㎞ 광막한 우주여행
‘발사까지 앞으로 4일 ○○시간○○분.’
일본의 항공우주 개발정책을 전담하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누리집에 접속해 보면, 4일 앞으로 다가온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기’(이하 2호기)의 발사를 눈앞에 둔 긴장감이 느껴진다. 2호기는 나흘 뒤인 30일 오후 1시24분40초에 1억2000만 일본인들의 자부심과 기대를 안고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앞으로 7년, 52억㎞에 걸친 광막한 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2호기는 2010년 6월 기적적인 귀환으로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안겼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송골매’라는 뜻)의 후속 탐사선이다. 2003년 5월 발사된 하야부사는 2005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했지만, 제어장치·엔진·통신장치 등에 고장이 겹쳐 우주 미아가 됐다가 3년 늦게 극적으로 귀환했다.
이번에 발사되는 2호기는 ‘소행성 왕복 여행’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임무를 부여받은 1호기에 견줘 한층 복잡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가장 큰 임무는 소행성에서 샘플을 채취해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와타나베 세이치(50) 나고야대학 교수는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탐사는 지구가 어떻게 태어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됐는가 등의 역사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물이나 유기물이 있을 법한 소행성인 ‘1999JU3’이 탐사 대상으로 정해졌다. 지구의 생명은 물이나 유기물을 머금고 있는 소행성 등과 충돌해 생긴 것이란 과학적 가설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채취한 물질에서 물 또는 유기물이 나온다면 생명의 탄생과 관련된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작업은 지름 10여㎝의 순동 탄환을 초속 2㎞의 속도로 소행성에 쏘아 인공 ‘크레이터’(운석 분화구)를 만드는 것이다. 소행성 표면의 물질은 태양광이나 우주 광선에 변질돼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소행성 내부의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또 ‘미네르바’라는 소형 로봇을 소행성에 내려 보내 탐사도 할 예정이다. 지난 1호기 때 벌어졌던 여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2호기는 이전보다 엔진 출력을 25% 정도 높이고 통신 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두 개의 고성능 평면 안테나를 설치하는 등의 여러가지 개량을 했다.
2호기는 1년 정도 지구 주변에 머무르다 2015년 말께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한 뒤 빠르게 소행성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이후 2018년 6~7월께 소행성에 도착해 1년 반 정도 소행성 주변에 머물면서 다양한 실험과 관측을 하고, 2020년 말께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소행성에서 채취한 물질이 담긴 캡슐 만을 지구에 떨어뜨린 뒤 본체는 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우주 탐사를 계속하게 된다.
최근 중국의 우주 개발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긴 했지만 일본은 이름난 우주강국이다. 1970년대부터 로켓 개발을 시작한 일본은 엔진 부품을 미국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 이번에 하야부사 2호기를 발사하는데 쓰인 일본의 ‘에이치-2에이’(H-IIA) 로켓은 2001년 1호기 발사 성공 이후 25차례 발사에서 24번 성공하는 등 거의 완벽한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을 가진 나라는 미국·중국·유럽·일본·인도 정도다.
일본 내각부 우주정책위원회가 이달 발표한 우주기본계획 초안을 보면 앞으로 10년 동안 햐야부사 같은 탐사장치나 인공위성 3기를 쏘아올린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심각한 재정난을 반영한 탓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