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100경배 X레이 쏘는 ‘4세대 가속기’ 준공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ㆍ포항서 세계 3번째로…분자 구조까지 분석할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햇빛보다 100경배(100조의 1만배) 강한 엑스레이 레이저 섬광을 낼 수 있는 신형 방사광가속기가 준공됐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 3번째다. 가속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신약 개발이나 반도체 소재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29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포항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 준공식을 열었다.
방사광가속기는 파장이 짧고 밝은 빛을 만들어 물질의 미세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펨토초(1000조분의 1초)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분석이 가능하다. ‘초고성능의 거대 현미경’인 셈이다. 이번에 준공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 방사광 가속기보다 1억배 밝은 빛을 낸다. 펄스폭은 10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미래부는 “물질의 구조와 현상을 분자 구조까지 규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3세대 가속기는 모든 위상의 빛이 섞여 백색광을 내는 반면 4세대 가속기는 ‘결이 맞는(coherent)’ 빛만 내놓는다. 3세대는 결정 형태의 물질만 볼 수 있었지만 4세대는 관찰 시료가 결정 상태가 아니어도 된다. 또한 4세대 가속기는 물질의 움직임까지 관찰 가능하다.
제4세대 가속기는 미국 에너지부와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가 2009년 제작한 LCLS가 전 세계 최초다. 이후 일본 문부과학성과 이화학연구소가 2011년 만든 XFEL-SACLA가 두번째다. 한국은 미국·일본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제작했다. 유럽은 이 같은 수준의 가속기를 2017년 가동할 예정이다.
제4세대 가속기는 세포와 질병의 원인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속으로 반응이 일어나 그간 관찰하기 어려웠던 광합성 과정도 실시간으로 관찰 가능해진다. 이를 이용하면 인공으로 광합성을 일으키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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