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라진 의인 어느 날 그대가 내 옆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물굽이처럼 밀려오는 세월의 파도 속에 숨었다. 달은 빌려온 빛으로 모습을 보이어 달이 기우는 것은 눈속임이라며 감각을 버리고 이성을 믿으라던 파메니데스의 진리의 길을 따르면 때로는 눈을 감고 생각하며 살아야 몸을 지배하는 두뇌가 역할을 한다... 습작시 2010.12.12
삶을 구하려고 초인은 지구에 살지 않아서 그렇게 되겠다고 하면 과대망상증이자 광증으로 니체는 그렇게 죽었는데 2000년이 넘은 과거에 데모크리투스와 소크라테스는 불의를 저지르는 것보다 당하는 게 낫다고 했건만 세상에는 유혹이 피고진다. 어둠이 영원히 깔려있고, 존재도 움직임도 없는 세계에 의식이라도 .. 습작시 2010.11.27
한국 전쟁 (11) 비포장 신작로 자갈길을 따라 투박한 버스가 터덜거리거나 짙은 초록색 군용차가 내빼면 정신을 휘감는 휘발유 냄새가 위장 속의 기생충을 없앤다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휘발유 냄새를 권했다. 부모가 없는 집안에서 고독은 너덜거리는 식량보다 절망을 아이에게 안기고 기약도 없이 반복되었다. 살.. 습작시 2010.11.08
어느 한가위 전야 몸은 편안을 뒤좇고 정신은 골머리를 앓으며 우주의 공간을 헤매며 시공(時空) 나르는데 어디에서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지 곤두박질쳐 몰락할지 알 수 없는데 이념은 유유히 흐르는 달처럼 빛을 빌려 움직일 뿐이다. 몸이 1차원에서 5차원까지 존재하는지를 아는가, 이 순간 어느 차원에 그대는 머무.. 습작시 2010.09.21
메아리라도 올까 소리를 듣는가, 색깔을 구별하는가, 글자를 쓰며 묘사하여 기록하는가. 암흑은 어떻게 생겼으며, 우주에 떠다니는 행성은 어찌 된 영문이고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4차원에 속하는 것은 음률이라고 아니, 5차원인지도 모르지만 세상은 정지보다는 흘러가기에 마치 불꽃과 같은 과정으로 구체.. 습작시 2010.09.07
고향집, 50여년 후 장미 넝쿨이 퍼졌던 마당에 장미나무는 늙어서 죽었는지 호박 줄기가 꽃을 피웠고 우물은 자취가 없었다. 동생을 낳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옷가지를 태우던 기억,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소리치며 초혼을 했던지 50년이 넘은 기억은 가물거리며 골목길을 몇 번이고 맴돌았다. 돌아갈 수 없는 기억.. 습작시 2010.08.16
소유라니? 삶에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지식이지만 확신하지 못하여 추측일 따름이기에 무엇을 소유했다는 것은 착각이다. 만물은 세월 속에 녹이 쓸어 사라지는 까닭에 소유물에 집착하면 망상이 찾아온다. 영원히 살 수 있겠는가, 소유할 수 있겠는가, 시간 속에 놓인 존재여 무엇이 여기에서 뒹구는가? 습작시 2010.08.03
서울 신촌에서 명물거리에 붐비는 미추룸한 남녀가 열기를 내뿜을 때 인동초 김대중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세브란스 병원 병실에서 환자가 지하로 내려가고, 여름철 지나다니는 길마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 젊은이들은 먹을거리와 음료를 들고 걸으며 먹으면서 밀려드는 청춘의 날개 속으로 생명이 녹아내리는데 .. 습작시 2010.08.03
고래고기에는 기름이 많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땅에 사람이 비어서 곡식이 잘 자라지 못했고, 가축이 드물었으며 바닷고기가 먼 바다로 떠났다. 나무꾼이 지고 온 화목이 매매되는 시장터에서 겨울동안 김치를 사서 먹어야 하는 식구에게 엄마는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는 사람이었고 여름마저 추운 계절이었다. 참다못해 돼지 한 .. 습작시 201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