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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 “일상이 불공정·불의…정의로운 국가 됐으면”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7. 20:52

[70주년 창간기획-시민, 응답하다]4명 중 1명 “일상이 불공정·불의…정의로운 국가 됐으면”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ㆍ어떤 사회를 바라나

정의로운 나라, 개·돼지가 행복한 나라,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나라, 경쟁보다는 협력을 우선 가치로 두는 나라,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놀고 청소년들은 자기 길을 원하는 대로 찾아갈 수 있는 나라, 부패한 권력자들을 언제든지 끌어내릴 수 있는 나라, 모든 사람이 돈과 시간이 넉넉한 나라, 창의적인 문화가 마음껏 피어나는 나라, 육로로 대륙과 유럽으로 연결되는 나라, 죽기 전에 ‘아이 낳길 잘했다’ 맘 편히 눈감을 수 있는 나라….

두 아이의 아빠인 곽동근씨(39)는 ‘내가 원하는 나라’를 이렇게 적은 뒤에도 “끝도 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곽씨가 제일 먼저 떠올린 단어는 ‘정의’다. 이게 우선돼야 뒤의 것들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1명(23.5%)은 ‘죽기 전 우리나라가 이뤘으면 하는 것’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꼽았다. 일상이 불공정하고 불의하다는 방증이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홍기씨(52)는 “권력이나 돈 있는 사람, 특권층만 살기 좋고 혜택받는 사회에서는 정의가 구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20대였던 1980년대에도 사람들은 ‘정의’를 꿈꿨다. 김씨는 “그 시절엔 군부독재가 끝나고 민주사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그땐 그래도 고등학교만 나와도 일을 할 수 있었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가난의 대물림 완화’(16.7%)와 ‘소득 양극화 해소’(7.3%)도 많은 표를 얻었다. 한천우씨(60)는 “주변을 보면 예전에 ‘나는 중산층’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니다’라고 한다”며 “아직도 예전처럼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계속 펼쳐지니 빈부격차는 해소가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5년차 직장인 김영한씨(32·가명)는 “좁은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이 돼 버렸는데, 별다른 노력 없이 아버지가 물려준 건물에서 쉽게 사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간 지켜온 가치들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응답자 12.7%는 ‘안전한 사회’를 보고 싶다고 답했지만 한국 사회에선 생존도 안전도 정의의 문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교사 신은주씨(45)는 “지인들과 우스갯소리로 ‘전쟁이 나면 공항으로 달려가야 한다’ 얘기하곤 하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걸 안다”며 “세월호에 단 한 명이라도 고위층의 아이가 탔다면 이렇게 됐겠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김진솔씨(28)는 “지진이 났을 때도 시스템이나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걱정이 됐다”며 “걱정 좀 안 해도 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죽기 전에 이뤘으면 좋겠다고 답한 사람은 12.1%였다. 반면 정치인들의 단골 구호인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은 3.9%에 그쳤다. 자영업을 하는 전규선씨(44·가명)는 “어차피 평균이 올라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전체적으로 아무리 부유해진다 해도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민은 체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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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62300025&code=940100#csidx0178578e6d3e99dadc02ae99f47fd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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