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1)
승리와 패배가 뒤섞인 내전
겉으로 이념 때문이라지만,
쇠붙이가 살을 들쑤시는데
정치가 연설을 늘어놓는다.
찬란한 언사에 숨은 비웃음
기생집에서 폭소 터지고
술 따르고 노래하는 여인네
목 돌려 머리카락 흩어졌다.
한국 전쟁 (2)
벼 익어가는 가을 논
낮의 햇볕 무의미하고
나락이 장독에서 사라지면
옅은 꿈 흐릿한 길 따라갔다.
생애란 마냥 궁핍한 것이라고
배고품 스스로 깨닫는 것,
화약 터지는 땅 부르르 떨고
서로 삶에 눈 흘겼다.
한국 전쟁 (3)
빈 저녁에 굶고 잠들어
밤을 인사불성으로 지내면
밝아오는 아침 불투명하다.
밤이 찾아오듯
아침 해 반드시 뜨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는 걸음걸이
휘청거린다.
지난밤 연탄불 방안에 피우고
잠든 한 가족
해 떠도 기척 없다.
저녁에 복어알 먹고
한 가족 사라졌지만
철든 이들 아유 알아도
말 꺼내기 두려운 까닭
누구에게나 닥치는 운명이고
먼 산 바라보고 서 있다.
먼 동네에서 첩자 잡혔다는 소문 돌고
밤마다 평양에서 남쪽에 있는 누구에게
숫자가 라디오로 끊임없이 전달되는데
사람들은 어깨 들어 올리고
고깃배 타거나 탄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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