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 전쟁 (1-3) (수정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3. 1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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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쟁 (1)

 

승리와 패배가 뒤섞인 내전

겉으로 이념 때문이라지만,

쇠붙이가 살을 들쑤시는데

정치가 연설을 늘어놓는다.

 

찬란한 언사에 숨은 비웃음

기생집에서 폭소 터지고

술 따르고 노래하는 여인네

목 돌려 머리카락 흩어졌다.

 

한국 전쟁 (2)

 

벼 익어가는 가을 논

낮의 햇볕 무의미하고

나락이 장독에서 사라지면

옅은 꿈 흐릿한 길 따라갔다.

 

생애란 마냥 궁핍한 것이라고

배고품 스스로 깨닫는 것,

화약 터지는 땅 부르르 떨고

서로 삶에 눈 흘겼다.

 

한국 전쟁 (3)

 

빈 저녁에 굶고 잠들어

밤을 인사불성으로 지내면

밝아오는 아침 불투명하다.

 

밤이 찾아오듯

아침 해 반드시 뜨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는 걸음걸이

휘청거린다.

 

지난밤 연탄불 방안에 피우고

잠든 한 가족

해 떠도 기척 없다.

 

저녁에 복어알 먹고

한 가족 사라졌지만

철든 이들 아유 알아도

말 꺼내기 두려운 까닭

누구에게나 닥치는 운명이고

먼 산 바라보고 서 있다.

 

먼 동네에서 첩자 잡혔다는 소문 돌고

밤마다 평양에서 남쪽에 있는 누구에게

숫자가 라디오로 끊임없이 전달되는데

사람들은 어깨 들어 올리고

고깃배 타거나 탄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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