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590

나의 어리석음 (수정본)

나의 어리석음 늙어서까지재화 바라고 선험적 지식을 원하는어리석음인데 다행이라면벼슬에 올라 인간 다스리는 일터무니없음을 알았다. 사는 동안세상을 벗어나려 소망하고새로운 것 만들고자 바라는데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병이 아닌 게 무엇인지? 후기:우리의 직관을 최고로 명료하게 우리가 발휘할 수 있을지라도 대상들의 본질적 특징에 우리가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지닌 직관의 방식만을, 다시 말해서 우리의 감성만을 우리가 완벽하게 알 것이고 그것도 공간과 시간이라는 원래 주체에 내재하는 조건에서만 우리의 감성만을 항상 알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에게 주어지기만 하는 대상들의 현상에 대한 가장 계시적 지식을 통해서도 대상들의 본질적일 것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ㅡ 이마누엘 칸트..

습작시 2025.02.15

한국 전쟁 (15-16)

한국전쟁 (15-16) 잘 살게 해준다면 무조건 표 준다는 사람사흘 굶으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했고집 나간 엄마 빵 사들고 돌아와 살아났는데막노동하며 서울에서 살아간다. 한국전쟁 후 생활고로 집단자살 흔한 소식일 때하루 굶으면 시간조차 혼미하여 흐르는지 모른다.간장 물에 타 먹고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시간 연장하여 생명 늘릴 수 있을 듯하여방바닥에 부서지는 햇빛 퀭한 눈으로 바라볼 뿐. 냇가의 모래 곱고 맑던 시절버들개지 핀 둑길 거슬러 올라가면쑥이 무진장으로 돋아난 밭둑에서종다리 수백 마리 날며 소리쳤다.오지 마, 다가오지 마여기는 우리의 영역알 낳아서 기르는 집이다. 보리 여물어 황금빛으로 변하면쑥버무리로 생명 이어가던굶주린 시간 느릿느릿 풀리고 감자와 보리 여물고햇살 굶주린 얼굴에 검붉게 부서졌다..

습작시 2025.02.15

부모님 떠나고 (수정본)

부모님 떠나고 설악산 백담사 가는 길이름 모를 새가 맴돌고앞산에 오르던 날팔색조일지도 모르는찬란한 새떼 보았다. 북한산 둘레길에서 마주친나비 떠날 줄 몰랐고오늘몸 자주 아프고 꿈 이상하다던아내의 말 좇아 빈 화분에무심코 보관했던 아버지 영정 태웠더니검은 연기 솟으며 재가 되고까치 애달프게 울다가 사라졌다. 미신이라 생각하면서도아내 이상스럽다고 까치 쳐다보는데며칠 전어느 여류시인이 어머니 모시고 찾아간장덕리 복사꽃밭에 붉은 꽃잎 매달리고나의 어머니 마지막 영혼 떠난 곳이다. 세상은 모르는 것투성이다.지식의 뜰 안 협소하고저 너머는 불가사의하다. 후기:영혼이라는 상품을 선택하는 자는 신성한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 신체라는 상품을 선택하는 자는 인간의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 ㅡ 데모크리토스 ㅡWho cho..

습작시 2025.02.13

연가 (수정본)

연가(戀歌) 사랑하는 순간 찾아왔을 때무수한 세월 드리워졌는데외로운 시간 만들어분리된 짝 찾아 나섰던 운명생존이었을까? 살아남기 위하여 떠나보냈던 과거라면모두 사랑할 연인(戀人)뿐이별 무지의 소치 아니면깨우쳐 주기 위함이다. 스러져야 할 운명 지고살아야 하는 무덤덤한 아름다움영속한다면 아름답겠는가? 맺어진 후에도지나간 후에도알 수 없는 까닭시작도 끝도 모르기 때문.

습작시 2025.02.13

봄 들판에서 (수정본)

봄 들판에서 4월 지나면5월 검푸른 보리밭에 왔는데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일렁이는 생명이 자라며뻐꾸기 무시로 울었고쑥이 자라서 진달래 피어무수한 생명이 바빴다. 잔인한 달이라면불인한 일 보았던가?젊음겨울에 기다리다가땅이 갈라지고꽃망울 터지는 계절에환호 내질렀다. 춘정(春情)이 잠든 들판여름 오고 가을 닥치는데시선 무엇 기다리던가? 봄도 여름도 아닌기대하지도 않았고생각지도 못했던 소망갑작스레 다가왔다. 후기: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생성 중이다. ㅡ 헤라클레이토스 ㅡNothing is, everything is becoming. ㅡ Heraclitus ㅡ

습작시 2025.02.13

좁은 문 (수정본)

좁은 문 군중의 운명 사멸하는 것이기에운명 따르고 싶지 않고떠나면 고독한데진정 고독인지무리 속의 존재가 알지. 무리 속 당신 무엇인가,외톨이 나는 외로운가? 삶의 종착역에서이리저리 살았더라도회한 없는 자 누구? 바닷가에서 평범한 조개껍데기보다부드럽고 아름다운 것 찾았다는 뉴튼의 고백처럼누가 그런 조개껍데기 찾는가? 후기:*하늘의 소인(小人)이 사람의 군자이고하늘의 군자는 사람의 소인이다. ㅡ 장자, 대종사편 6 ㅡ **영혼이라는 재화를 선택하는 자는 신성한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 신체라는 재화를 선택하는 자는 인간의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 ㅡ 데모크리토스 ㅡ

습작시 2025.02.13

초인 향하여 (수정본)

초인(超人) 향하여 ‘인간이 신(神) 닮았을지 모르지만신(神) 인간을 닮았을 리가 없다.’* 인간처럼 말하면서 신(神)에게 다가가면초인이 되는가.프로메테우스처럼신(神) 등져야 사람 된다. 과거에 매달려 이 시대 회고하면미래가 멀어지는 까닭영웅 믿을 수 있나? 결과에서 시작하지 처음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땅의 시작 미지의 영역이라운명이자 한계 선언이다. 자기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누구나 깨닫지 않을까,그렇게 끝나지 않을까?신념이 불신으로 변하면 지나온 시간에서 다가올 세월 보이는가.  자연의 언어로 창작하라,죽음과 삶이 같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주장시간 넘으면 증명될까. 나날은확신인가 신비인가.신비 잊고 추락하며마구잡이로 연명하나? 후기:* 칼 포퍼의 언급** 자크 모노의 언급...

습작시 2025.02.07

우주 연역하다 (수정본)

우주 연역하다 무엇이냐 물으면끝없이 질문이 이어지고어떠하냐 물으면우주 멀리 사라진다.그래서 나는 무지하다. 인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희생일 뿐우주 넓고도 넓다. 하느님의 언명 정해졌다는루터와 캘빈의 혁명어리석은 까닭혁명에 내재하는 무지일 터열정 없으면 성취 없다고주장하는 이유 무엇인가? 삶열정일 따름이라 주장하는 니체드디어 미쳐서 악을 다루면서 우리가 악이 되지 않는지경계하라는 언명 잊었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37도에 머무는 체온뿐너무 차가워도 뜨거워도축 늘어진다. 체온 의미하는 바 모르는데나의 동료가 되려는가,슬프지만 희망만 지닌 판도라 상자기억하는 동류 되려는가?

습작시 2025.02.06

언설 의심하다 (수정본)

언설 의심하다 내일 닥칠 일 모르고과거 등지고 달린다. 존재와 어리석음!미혹에 빠진 열정 아니면열정 참신한가, 진실한가? 세상을 안다는 것어리석음 아는 것,허약성 느끼는 것.무지 고백하면서 모든 언설 의심하고 약점 선험적으로 짐작한다. 선험적이라는 말 터무니없는가?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에서원인으로부터 시작할 수 없어결과로부터 더듬어 올라갈 뿐여전히 과거에서 헤매는 것이니과거 소급될 수 없고 미래 어둡고 살얼음판존재 사이에 머물 따름. 고독 인정하겠고 슬픔 포옹하는데세상 버리면 남는 것? 후기:“삶을 기뻐하는 것이 미혹이 아닌지 내 어찌 알겠소?”ㅡ 장자, 제물론편 2 ㅡ

습작시 2025.02.02

우리가 잃은 것 (수정본)

우리가 잃은 것  우리가 잃은 것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야. 땅은 치유되지 않을 거야 ㅡ 너무 많은 피를 흘렸어. 마음은 치유되지 않을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과거로부터 평화를 만들고 과거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What we have lost will never be returned to us. The land will not heal ㅡ too much blood. The heart will not heal. All we can do is make the peace with the past and try to learn from it. ㅡ 소설 및 영화 Cold Mountain ㅡ 어느 역사에도 피흘림 있고 누구나 알지만망각과 회피 단지 삶 때문일까. 피도 삶의 일부라면..

습작시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