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590

신을 창조하고 (수정본)

신(神)을 창조하고 신(神)이 무섭다면아폴론처럼 천둥번개고 생사여탈권 쥔 아버지일까.신(神)이 자비롭다면부처처럼 가부좌를 틀고 미소만 짓는 어머니일까. 세상을 살아가자면공포와 편안함 존재할 텐데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고? 부모 없는 고아는누가 공포이고 누가 편안함인가.세상이 그를 기른다면 세상은 차갑고 따뜻한 음지와 양지대화 없는 시공간이지,창조 없는 무료함이지. 신(神)을 창조하고다시 그에게 간구한다니회고의 시간 오고어리석은 세월 흐른다. 후기:우리가 도덕성을 신(神)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으로서 간주할지라도, 그들은 (유물론자, 결정론자 그리고 데모크리토스) 도덕성이 제3세계의 일부임을 알지 못했다: 도덕성이 부분적으로 인간 정신의 자주적 산물임을 알지 못했다. 이것을 분명하게 최초로 깨..

습작시 2023.01.19

존재와 시간

존재와 시간 시간을 접었더니 존재가 사라졌고 암흑이 되었다. 시간을 폈더니 존재가 나타났고 빛 속에 움직였다. 시간을 접고 펴는 자가 누구인가, 인간도 그 일부인가, 아니면 그저 인간의 창조물인가? 시간도 휜다는 블랙홀에서 누가 시간을 휘게 만드는가, 시간이 휘면 그 속의 생명체는 어떻게 되나? 휩쓸려갈 텐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걱정하지 말라고, 블랙홀에 가기도 전에 인간의 시간이 영원히 접히기 때문에 의미가 사라진다. 누가 염려할까, 시간이 접히든 펼쳐지든. 영원한 것은 블랙홀이고 인간이 발견한 것일 뿐 영원한 길로 갈 수 없다, 휜 시간으로 갈 수 없다. 시간을 접고 펼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초인일 터인데 초인은 사람이 아니겠지, 인간사회의 가치에 목매는 육체의 존재가 아닐 테지, 자기 ..

습작시 2022.10.10

비잔티움 (수정본)

비잔티움 어린 시절태양 쫓아다니면서음지 보이지 않더니늘그막에 태양이 나를 쫓아빠르게 추격해오더라. 세월에서녹아가지만삶이라는 양지에서살았다고, 유의미했다고누가 어떻게 말할까? 젊음과 독단의 고국 떠나비잔티움을 찾았던 예이츠 지혜를 발견했다?  괴테의 마지막 말,‘내 눈에 빛을...’의미 깨닫기까지무수한 세월이 흘렀는데공간도 함께 지나갔다.  후기:그러나 카르노(Carnot)와 클라우시우스(Clausius)는 (그리고 상식) 우리가 비가역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 자신의 삶과 죽음은, 모두가 아닐지라도 몇 가지 자연적 과정이 사실상 비가역적임을 틀림없이 우리에게 가르친다.ㅡ 칼 포퍼 저, 아르네 피터슨 편집,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2007년, 176쪽 ㅡ

습작시 2022.01.31

(습작시) 우리의 세월

우리의 세월 새해가 밝았다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지나온 세월처럼 미래도 다가오지만 무궁한 시간에서 돌아다니고자 했지. 불가능하다지만 세상에 가능한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우리의 간격은 멀고도 가깝지. 순간을 이으면 영원이 될 터인데 연결고리에 무수한 오류가 끼어들어 피할 수 없어 즐기고 살자니 시간 속에 뒤돌아보면 오류 때문에 종말을 볼지도 모르지. 잊으려 해도 세월 속에 응고되어 뇌리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속에서 무너지는가? 새해에는 작별의 안녕으로, 세밑에는 만남의 시작으로 세월을 거꾸로 살자고 하는데 올해 예수 탄생 몇 년이 되었고 턱도 없이 무슨 동물의 해라니 의미를 우리의 간격에 띄운다.

습작시 2022.01.09

존재와 시간

존재와 시간 따라오는 세월 앞질러가는 시간 존재를 데려가는... 자연의 법칙이 4계절이라면 겨울만 있고 여름만 아는 사람에게도 자연의 법칙이라고? 영원히 움직이는 것은 없다고 사람도 그래서 자연 속에 살지. 그리움이 사치일지도 모르고 애착도 허망할 테지만 우주에서 빛나는 별이 아쉽지. 어리석음에 물든 세월이 너무 후회스러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시간을 뭉개버리려는데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이 우주를 어찌 알겠냐던 칸트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구나 외롭고 모두가 슬프지만 애써 살아가기에 망각의 강물에서 흐르면서 광증으로 타오르지.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막연히 쳐다보는 하늘은 언제나 대답하지 않고, 나는 아직 존재하지.

습작시 2021.08.21

120년을 살려면

120년을 살려면 그대가 빛나지 않으면 나의 빛은 암흑에서 오겠소? 모세와 함께 120세를 살았다는 바빌론에 유폐되었던 랍비 힐렐의 말처럼 다른 인간이 없으면 우주 어디에서 풍요로운 삶이 떨어질까.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에서 바깥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족쇄는 자기들끼리 물고 뜯다가 끝난다는 것인데 우주도 모르고 풍요도 알지 못하는 동물이지. 동굴 속 사람에게 그나마 인간이어서 가능태가 있으니 침묵하고 지나가려오, 세월 속에 띄워 보내는 게 약일지도 모르니. 행복은 끝이 있으니 부디 그렇게 사시고, 세상에 끝나지 않는 게 어디 있겠소? 현자는 바래는 빛을 볼 수 있고 어리석은 자의 눈에는 무엇이 가득하겠소?

습작시 2021.08.05

자아를 찾아서

자아를 찾아서 식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물인데 마늘과 쑥을 지겹게 먹고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신화에서 사람이 된다는 게 어렵지. 사람, 동물들이 모두 수행하는 행위만으로 산다고? 지렁이처럼 먹이를 찾아서 앞뒤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역사는 불가능을 극복한 역사여서 에베레스트에서 얼음덩어리가 되고 최초로 북극해에 가서 돌아오지 못했지. 지혜를 찾아 비잔티움으로 떠났던 시인은 푸른 고등어가 뛰노는 지중해에서 삶의 근거를 찾았던가? 구도의 길을 찾아 해외로 돌아다녔던 각산 스님은 고향에 돌아오니 길이 보였다는데 깨어있되 고요하고 고요하되 깨어있음(소소영영[昭昭靈靈])으로 왜 고요해야 하고, 무엇에 대하여 어떻게 깨어있으라는 말인지 스님은 다시 길을 떠나야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보..

습작시 2021.07.06

모두 혁명을 꿈꾼다

모두 혁명을 꿈꾼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물질뿐이라고 인간정신조차도 머릿속에 있는 물질이어서 유물론을 안고 가겠지. 찰나에 지나가는 삶이라서, 유위(有爲)는 미리 계획된 것이라서 다만 정신만 남는다면 유심론을 환영하겠지. 두 가지를 모두 취하면 2차원의 세상에서 사는데 거기서 전개되는 3차, 4차원... 세상이라니 끝도 없는 행렬을 따라가네. 이념은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에서 헤매다가 추락하겠지만 남기려는 게 무엇인지... 가슴에 사랑을 품으면서도 흥분하지 않으면 합리성에 닿을 수 있겠지. 하지만 얼마나 험난하고 먼 길을 가야 삶의 빛을 볼 수 있겠는가? 프랑스 혁명은 로베스피에르의 손에 피를 묻히고 열정을 쫓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아메리카에서 마구 무기를 휘둘렀지. 후기: 이념적 혁명은 합리성에 도움이 ..

습작시 2021.06.27

삶이 지겹다고...

삶이 지겹다고... 네가 발광하는 까닭은 삶이 너무 짧고 권태롭고 끝장이 아스라이 느껴지기 때문일 테지. 그래서 세상에는 권력의 끝이 무엇일지 아련히 알지만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 즐거움이 없다고 인간은 횡포의 길에 빠지겠지. 살아가노라면 무지개도 보이고 비구름도 보이는데 그것들도 지나가는 모습들일 뿐이라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어느 철학자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무(無)에서 시작할 수 없기에 독단으로 시작하는 것인데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니까, 변화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블랙홀에 빠지면 녹아 없어지지만 화이트홀도 있어서 회생한다고? 인간의 세상은 그저 그런 것이라면 빛나는 지성을 발견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빛난다고? 별과 은하수와... 인간? 단테의 말처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습작시 2021.06.15

당신이 보는 것 (수정본)

당신이 보는 것 시공간이란 구체적 아니라 추상적 관념임 느끼는가?보이지 않고 두뇌에서만 작동하는 추상의 날개 타고허공으로 오르는 자. 시각의 즐거움 향유하고 시간의 추상에 녹아버리는구체적 세상에서 우리가 얻는 쾌락인종의 번성 위한 것일 텐데번성이라고,번영의 길이라고 장담하오? 아인슈타인‘나의 연필은 나보다 영리하다’고고백했을 때 그는 연필 보고 있었소? 착시현상이라니그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누구며그 존재라도 직시하는 이 있나? 후기:* ‘내가 여러분 앞에 놓고 싶은 시공간은... 근본적이다. 그리하여 공간 자체는 그리고 시간 자체는 단순한 그림자들로 사라질 운명이고 일종의 두 가지의 통합만 독립적 실재를 보전한다’ ㅡ 민코프스키 ㅡ ** Q: ‘회광반조’가 무슨 의미인가. A: “광(光)은 빛 광자다. ..

습작시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