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590

고향 이별하다 (수정본)

고향 이별하다 돌아가는 곳푸른 바다와 소나무 숲 있고오래전에 떠난 이의 모습사람들의 얼굴에 남았다. 눈 내리는 백사장바람 부는 산기슭어찌할 바를 몰랐던 시절소년이었다고 묻어버리며가야 할 길 묻는다. 흔들리던 시간에서몸 추스르며 살았는데회고마저 희미해지는 삶다시 길 떠나야 한다. 후기:당신은 다시 고향으로 갈 수 없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없어졌다. 당신의 젊은 시절 친구들은 사라졌다. 당신의 현재는 당신으로부터 슬며시 사라지고 있다. 항상 동일한 것은 없다. ㅡ 헤라클레이토스 ㅡYou can't go home again. Your childhood is lost. The friends of your youth are gone. Your present is slipping away from you. Not..

습작시 2025.02.19

믿음은 방황한다 (수정본)

믿음은 방황한다 생활을 도모하지만 주저하고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촉감 느끼고그다음 무엇으로 위안 삼을까? 존재에 끝이 있어육신 분리되어 암수컷생명 잉태하고역사 질펀하다. 사랑을 말하는 사람생존 이야기 없으면단명한 정염을 아나? 셰익스피어처럼당신을 여름날에 비교할까?플라톤처럼동굴 속의 인간들에게바깥세상 알 수도 없고알릴 수도 없다고 절망할까? 궁극적 낙관주의자허망에서 피는 꽃으로선지자는 허구에 불과해상상 사실로 믿는 어리석음오늘도 여전히 강력하다. 밀려오는 물결보다,자라나는 나무보다.피어나는 꽃보다방황하는 믿음! 후기:비판만이 유물론, 숙명론, 무신론, 자유로운 사고, 광신, 그리고 미신의 뿌리를 잘라 버릴 수 있는데 그것들은 보편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 또한 마지막으로 관념론과 회의론의 뿌리도 잘라 ..

습작시 2025.02.19

여행은 운명이다 (수정본)

여행은 운명이다 살아있다는 것에너지이고태양에서 오기에달탄식하며 침묵하고잠드는 곳일 뿐태양계를 통한끊임없는 여행이운명임을늙어서 안다. 크세노파네스(Xenophanes)‘설사 우리가 진리를 발설해도진리를 알 수 없으리라’ 말했다. 후기:대체 지식이란 표준이 있은 다음에 비로소 옳은 것이 된다. 그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ㅡ 장자, 대종사 편(大宗師 篇) ㅡ 夫知有所待而後當 其所待者 特未定也.

습작시 2025.02.19

빛 진실, 어둠 거짓인가 (수정본)

빛 진실, 어둠 거짓인가 몇백 광년(光年) 떨어진 우주어둠이고 빛은 드물어 영원하지 못해 거짓이라오. 사랑 갈구하면 어리석지만느끼고 싶으면 멈추어야지세상 끝없어어리석음이 우리 몫이라오. 영원한 것 아주 멀고순간 아른거려삶을 이야기할 뿐밤으로의 긴 여행우주에 지는 생명. 마지못해 사랑하는 삶간직하고 싶어도 못함당신 아는지,광속으로 사라지는 의미느끼는지?

습작시 2025.02.19

그리움 사랑되다 (수정본)

그리움 사랑되다 이어지는 순간에 찾아오는 그리움아름다운 자태에 충족되지만다시 생겨나비존재를 바라보기에암흑 공간을 비행한다. 떠나도 붙잡을 필요 없고만류할 일 아닌 까닭누구나 떠나기 때문인데미지의 것 향해 여행하면반복되는 그리움삶의 조각 되어 사랑 된다. 살면서 사랑하라고,일상 헤집으라고빛에 눈이 부시다. 후기:나는, 칸트 및 다른 비판적 합리주의자들과 함께, 무한한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지닌 실재 세상에 대한 완전한 지식 같은 것을 우리가 소유할 수 없다고 기꺼이 인정한다. ㅡ 칼 포퍼, ‘추측과 논박’ 1989년, 194쪽 ㅡ I gladly admit - with Kant and other critical rationalists - that we cannot possess anything like ..

습작시 2025.02.19

겨울 달 (수정본)

겨울 달 겨울 달 시리게 빛나고실내에 숨은 사람,거리에 웅크린 자 있다. 입김 내뿜으며 되돌아간 시간육신 꿈틀대는데먼 길 지나왔고과거미궁이 되어 무심하다. 저지른 짓잡다할 뿐이어서가끔 태어나지 말았기를서걱대는 밤에 고백한다. 암흑과 빛을 섞어 만든 몸응시해야 하는 까닭? 후기:사람은 어떤 분야에서 달인이 되면 보통, 그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것에서 완전한 아마추어로 남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이미 발견한 바와 같이, 그 사람은 반대로 판단할 따름이다.ㅡ 니체, ‘혼합된 의견과 격언’ ㅡ When one has become a master in some field one has usually, for that very reason, remained a complete amateur in most o..

습작시 2025.02.19

측은지심 (수정본)

측은지심(惻隱之心) 잊자건너편으로 가는 길. 바람구름햇빛 없는 어두컴컴한 길귀환은 없어 불가사의다. 침묵하는 언어는 겁쟁이? 육신이 먼저 태어났어도의미 지닌 것은 언어로처음 시작된 것이다. 언어와 행동 존재하는 곳빛이 머문다. 측은 은밀한 존재이고슬며시 퍼지는 몸부림. 후기:왜 아무도 최고가 되어서는 안 되는가? 이유인즉 그러면 경쟁이 끝장나고 삶의 영원한 근원이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ㅡ 니체, ‘호머의 경쟁’ ㅡ Why should no one be the best? Because then the contest would come to an end and the eternal source of life would be endangered.

습작시 2025.02.19

한국 전쟁 (13) (수정본)

한국 전쟁 (13) 밀기울보리껍질을 빻아 만든 가루로가축 사료로 쓰이지만전쟁 끝나고 사람의 주식도 됐다.막걸리 거르고 남은 찌꺼기지게미 먹은 아이 불과해진 얼굴로 휘청거리기도. 깔깔하고 짚 냄새 풍기는밀기울떡을 만들어 먹는데밀가루라도 섞으면 얼굴 환하고그마저 충분하면 안심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떻게 지나는지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에밀기울도 없고쑥버무리 묽은 쌀죽 강냉이죽좁쌀죽수제비밀가루 국수로 연명했고바닷가에 살면 반찬시절에 따라 잡히는오징어양미리도루묵꽁치멸치 따위와고춧가루 소금에 버무린김치뿐육류 냄새도 드물다. 소나무 껍질 벗겨 먹으면소화불량에 얼굴 검어지고간장에 물 타 배 채우는 대낮의 햇빛너무나 화사하여 드러누운 몸뚱이를조롱했다. 보릿고개푸른빛 아니라회색빛이었는데화사한 봄과 여름 사..

습작시 2025.02.18

순간에서 영원을 생각하며 (수정본)

순간에서 영원을 생각하며 생명잊고 사노라면두뇌에서 사라지고두둥실 우주를 날았다. 시간 흘러간다고 해도광년(光年)의 공간에서 존재는 무의미하여천국을 체념하고버둥거리며 놀았다. 불가능을 꿈꾸며포기를 거부했던 생명시공간 포개지는 곳에서빛으로 나타났다. 사랑하는가, 삶?판도라 상자가 열리고마지막에 출현한 희망이생명이다. 비굴하게라도사랑을 뒤쫓는 형체너와 내가우주에 태어난 형상인데무엇을 부정하고 긍정할까? 후기:시간이 (그리고 아마도 공간이) 있고, 자연에서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발생한다. 세상은 사건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며 (헤라클레이토스가 최초로 깨달은 바와 같이) 사건들은 본질적으로 시간 안에 (그리고 아마도 공간 안에) 놓인다. 이 우주론은 라이프니츠(Leibniz)와 버클리(Berkeley..

습작시 2025.02.18

버트런드 러셀 (수정본)

버트런드 러셀 인도주의 하나만으로 살겠다는 것하나가 무엇인지 모르고확실한 것 당신과 나 세상에서 살면서시공간에서 헤맸다는 사실인데고목을 타고 오르는 덩굴처럼무엇을 의지하고 살았는지? 체온으로 사는 인간이라 Homo sum인데 사념의 나래를 타고 나르는 것 빼고멀리 갈수록 혈액이 냉각된다. 죽기보다 생각하기 싫어?세상을 지옥이라 하면인간은 쉽사리 믿고 만다. 후기: 1. Homo sum (나도 인간이다).2. 나는 소신을 신뢰하지 않는다(I do not believe in Belief). ㅡ E. M. 포스터(FORSTER) ㅡ

습작시 202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