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7) 로키산맥 출신인 해밀튼(Hamilton)은 몰래 들은 아버지의 말이 궁금하여 19년 미국 교사 생활을 떠나 이 땅에 왔는데 한국전쟁에 헌병으로 참전했던 아버지는 거기에서 사람들이 굶주린다고 말렸다, 전쟁이 얼마나 잔인한지 아예 군인이 될 생각을 말고 거기에 가지 말라고. 경기도의 어느 학교에서 영어.. 습작시 2010.07.31
한국전쟁(6) 저녁마다 초가집 굴뚝에서 조용히 솟아오르는 연기는 춤을 추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웃집이 알까 두려운 집에서는 몰래 쌀을 넣어 밥을 짓고, 이웃집이 알까 창피한 집에서는 은근히 잠을 청해야 한다. 칭얼대는 아이 소리와 자지러지는 간난아이의 울음 속에 다가오는 어둠과 섞여 저녁연기가 피어.. 습작시 2010.07.31
고맙지만 새벽은 휘황하여 바람이 불어도 빙점(氷點)이 세상을 뒤덮어도 밝은 햇살은 늘 주변에 떠돌았다. 새벽이 무르익어 떠오르는 태양마냥 즐거웠지만 참새처럼 우왕좌왕만 했다. 대낮은 바쁜 계절이어서 장년이 되어 힘을 쏟으며 삶을 노래했다. 삶은 구름 위를 흐르는 것처럼 얼마나 가벼운 것이고 또한 .. 습작시 2010.07.31
한국전쟁(5) 숯과 고추가 새끼줄에 끼워져 마당이나 대문에 걸려있다면 아기가 태어난 집으로 이웃의 방문을 금한다. 금줄에서 숯만 새끼줄에 걸려 있으면 여자아기가 태어났고 숯과 붉은 고추가 있다면 남자아기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균을 박멸하여 먹이고 입히고 접근하여야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 습작시 2010.07.31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멀리 있던 검은 점(點)이 다가왔다. 아니, 그 점을 향하여 질주했다. 희미해진 시력으로 바라보니 검은 화살촉은 심장을 관통하고 육체는 바람에 붙박이어 시들었다. 광속(光速)으로 흐른 시간에 우주는 찌그러들어 비틀거리고 다시 움직이며 고개를 쳐들어 노예가 되어 시간과 싸웠다. 당.. 습작시 2010.07.30
신(神)이 내 기도를 듣지 않으면 신(神)이 내 기도를 듣지 않으면 내가 그의 기도를 듣고,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그를 사랑하면 되는 일. 한낱 100년 웃음이 지나고 탄식이 사라지면 광야에 한 줄기 빛이 지나가더라. 습작시 2010.07.30
치매와 머리염색 치매로 요양소에 갇힌 아버지를 만나 찐빵으로 식탐을 달래고 돌아왔다, 침과 콧물을 쉴새없이 흘리는 분을. 봉사자의 반말을 들으며 몸을 뒤집어 기저귀를 갈던 아버지에게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슬퍼하지 말라고, 울지 마시라고 달래고 돌아서는 길은 무감각했고 삶의 한 부분은 적어도 눈물이었.. 습작시 2010.07.30
아내의 사진을 보며 아내의 처녀 때 사진을 보면서 부끄럽도록 미안한 까닭은 순수했던 소녀를 꾀어 늙어가는 노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름이 사라진 삶을 안겨주어야 하는데 세월은 늘 어수선하고 삶은 수풀에 앉은 새와 같다. 그냥 홀로 세상을 살았더라면, 아들도 딸도 모르고 늙어갔더라면 마음만은 편했는.. 습작시 2010.07.30
세상의 시작 암흑의 벽에서 눈물을 흘리며 180억 광년을 찾아갔더니 폭발이 일어났고 세상의 시작과 끝을 보았다. 빅뱅에서 사랑이 회오리 속에 잠기고 폭발하는 소리만 들렸는데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여 우리는 온갖 해석을 하며 싸우며 살았다. 습작시 2010.07.30
고요함을 위하여 육신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끝내 세상의 조롱을 뒤집어쓴다. 물방울인 나를 지우고 침묵의 의미를 안다면 수치를 면할 수 있다. 먼 길을 몸부림치며 살아 반백이 되어서 깨달을 때 찾아오는 고요함이라니! 습작시 201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