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 모래언덕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모래가루가 포구에 날아와 산을 만들고 식물이 뿌리를 내렸다. 바다에서 스멀거리던 게와 조개가 소금물에서 기어 나와 육지를 탐험하던 시간은 땅에서 불꽃으로 타올랐다. 사랑을 모른다면, 생명을 팽개친다면 해안을 두드리는 파도와 지평선 넘어 지는 해는 무엇 때문인가? .. 습작시 2010.08.01
모든 것을 주고 당신이 몸을 던져 세상을 뜬 후 국화 한 송이도 놓지 않았고 엎드려 절도 하지 않았소. 움직이지 않는 자에게 보화와 향기가 무슨 소용이며 되돌아온 명성이 무엇이란 말인가? 고인(故人)을 추하게 하는 일보다 타매하던 내 몸을 뒤돌아보면서 원칙이라는 핑계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유토피아로 가는 .. 습작시 2010.08.01
울지 말라 울지 말라 슬프더라도, 눈물이 흐르더라도 소리를 내지 말라. 검은 장막 뒤로 가는 길은 누가 막고 누가 피하던가?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태어난 자는 사라지고 아름답던 기억만 남는 까닭은 짧은 세월에서 녹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갔다, 저 장막너머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라도 하듯. 남은 자들의 .. 습작시 2010.08.01
명품족인가? 만이천원짜리 청바지를 사서 입다가 바랜 색깔이 마음에 들어 만구천원짜리 두 번째 청바지를 샀다. 평생 옷을 살 줄 몰라서 아내가 사서 입히는 옷이 다수였는데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서 기억 속에는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편집광처럼 도사리고 있다. 3월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자책감 때문인지 피.. 습작시 2010.08.01
주검으로 돌아온 분에게 얼음은 녹아서 물이 되고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기에, 밤이 지나서 낮이 오기에 죽음과 삶은 하나라고 헤라클리투스는 주장했다. 친구로 권좌에 올라 멀어졌던 분이 오늘 아침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음과 삶이 자연이라며 남긴 유서를 이해하려면 혁명을 할 수는 없었다고, 그럴 시절이 아니었다고 말.. 습작시 2010.08.01
최후 최후의 심판이 온다고, 반드시 닥친다고 말하지만 세상의 끝에서 뒤돌아보면 순간마다 심판이리라.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경계선에서 당신은 배회하지 않을까, 울다 지쳐 영혼조차 무색해지고 홀로 남은 자의 외로움은 차라리 사라짐만 못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잊고자 취해 살며 희희낙락거리고 돌.. 습작시 2010.08.01
오월의 아카시아 봄이 오기 전 호흡부전으로 세상을 뜬 아비의 몸을 불태우고 2시간만에 나온 뼈를 빻아 벽제 화장터 옆에 뿌렸다. 혈육이 사망하기 전까지 매일 출퇴근길에서 얼마나 피해 다녔던가! 살점과 뼈가 고온에 녹아내려 마침내 바스러지는 곳이라니, 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곳을 요리조리 돌아다녔다.. 습작시 2010.08.01
그곳에 가면 젊어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체취가 어린 곳에 가면 비가 옵니다. 폭우가 되어 앞을 가리고, 짙은 구름이 몰려오고 태양은 빛을 잃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지금 무사하다고 말하지만 삶은 비틀거렸지요. 삶은 그런 것이라고, 잊지 말라고 그곳에 가면 비가 .. 습작시 2010.08.01
황매(黃梅) 곁에서 개나리가 지고 새싹 빛이 짙어졌다. 세월이 치달리는 언덕을 넘으며 푸르러지는 하늘과 산을 바라보노라면 어린 시절 초가집을 지날 때 황매(黃梅)가 고개를 숙이고 인기척을 대신하던 기억이 난다. 앞산 약수터를 지나면서 수북이 쏟아지듯 피어난 노란 매화 곁을 지나니 초록 잎에 안부를 전하는 유.. 습작시 2010.08.01
어느 봄날 나에게 오라고 말하면 훗날 가슴에서 핏줄이 터지기에 봄날 피어난 복사꽃처럼 너의 발걸음에 다가가겠다. 안개 속 마을, 전설은 고개를 내밀고 잊었다가 맡는 꽃냄새로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다시 봄을 맞이하여 살아가는 계곡에 해와 달은 오랫동안 의미를 뿌렸다. 사랑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던가, .. 습작시 201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