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2) 벼가 익어가는 가을논에서 낮의 햇볕은 무의미하고 나락이 장독을 외면하고 사라지면 옅은 꿈은 흐릿한 길을 따라갔다. 삶이란 마냥 궁핍한 것이라고 배고픈 스스로 깨닫는 것, 화약이 터지는 땅이 부르르 떨고 서로 삶에 눈을 흘겼다. 습작시 2010.07.29
한국전쟁(1) 승리와 패배가 뒤섞인 내전은 겉으로 이념 때문이라지만, 쇠붙이가 살을 들쑤시는데 정치가는 연설을 늘어놓는다. 찬란한 언사에 숨은 비웃음 기생집에서 폭소가 터지고 술 따르고 노래하는 여인네는 목 돌려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습작시 2010.07.29
하루가 지났다 산맥에 굽이치는 용틀임과 그늘을 남긴 찬란했던 하루, 다람쥐는 견과를 묻는데 나뭇잎은 몸을 태운다. 내일 뜨는 태양이 오늘도 같은 볕이라면 세월이 그저 흘러갔다고 발끝을 바라보겠는가? 음, 노예의 피부에 태양 자국이 남아 눈들어 퇴색하는 산을 보았는데 사람들은 시간을 타고 날았다. 혁명을 .. 습작시 2010.07.29
하느님 만들기 물오르던 시절에 저지른 일 사라지기는커녕 속삭이는 악마로 남았다, 혈관에 기생하며. 하느님을 만들고 눈물이 홍건이 흘렀던 까닭은 달리 살아갈 길이 없었던 탓이다. 삶보다 길어지는 묵상의 순간, 씨앗으로 흙속에 떨어지고 백지(白紙) 한 장으로 뒹굴었다. 습작시 2010.07.28
세상의 메아리? 내색하지도 말고 아는 체도 말고, 기록하는 까닭은 누구나 슬프고 이미 알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하여 침묵으로 지낼 뿐 가면을 뒤집어 쓰고 지식은 구겨 처박는다. 동맥이 영양분 찌꺼기로 막혀도 심장은 알코올을 치료제로 삼고, 사람이 몰려드는 병원에 늘어나는 평균연령이라니. 저기, 땅의 한 .. 습작시 2010.07.28
독백 심해를 돌아다니며 세월이 오래 흘러 세상을 돌아오니 만년설봉이 되었다. 수천 년이 지나며 고봉을 오르다가 의식을 되찾으니 검푸른 물이 출렁인다. 물과 땅 사이에서 회고하니 길은 끝이 희미하게 사라졌다. 습작시 2010.07.28
겨울밤 들판에서 달빛이 튀는 서리 벌판, 땅이 숨을 고르는 어둠, 첩첩산 아래 불을 보며 걸어야 했는데, 뇌리에 달라붙은 사념을 달고 역마살로 하늘과 땅을 여행했는데 욕망의 뒤를 따라 다니던 그림자가 있다. 생명이 사라진 들판에 남은 흙에 오소소 떠돌아 다니는 꿈의 자취. 습작시 2010.07.28
삶과 화해하려면 퇴색한 장소 정지한 시간, 나무토막 얼굴들이 휘감으며 달려든다. 혈관 속에서 생겨나 신경세포를 타오고 두개골까지 오르며 뒤죽박죽된 기억들! 삶과 화해하려고 모래사막 건넌다, 피부를 태워 주름지우고 혀를 태워 모래에 처박는 황야를, 언덕에서 길을 잃어 그냥 잠들고만 싶은 광야를. 의식은 그.. 습작시 2010.07.28
왜 그랬을까? 아테네가 잿더미가 되던 날 항구를 떠나던 노인에게는 표정이 없었고 로마에 야만인들이 입성하던 날 술취한 사람들이 휘청거렸다. 치장하지 않고 살리라. 습작시 2010.07.28
신화(神話) 만들기 세상에 시작이 없었다면 지금 시작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고, 세상에 시작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무엇이냐고, 여기서 이율배반이 생겼다. 유한과 무한이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 이음과 끝남이 반복되어 인종이 살아간다. 생명유지만하기 위하여 세상을 바라본다면 비상(飛上).. 습작시 201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