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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안길 (수정본)

뒤안길 그림자 사라지고 발자취 지워졌다. 휘돌아 내려가는 개울발을 담갔던 기억들바다로 흘러내려퇴색한 사진으로 남았다. 시간의 십자로에서 태초의 세포 붙잡고누구냐고 물어도 대답 당신 것일 따름이다. 바다 들이마시든 하늘 날아오르든따라오려는 자? 적막한 해변에서 산막(山幕)에서고독의 끝에서 미치광이 되어아무렇게나 살자면다시 뜨는 태양 볼 낯 있는가.

습작시 2025.03.07

무지개 떴다 (수정본)

무지개 떴다 당신몸을 던져 세상을 버린 후국화 한 송이 놓지 않았고 엎드려 절도 하지 않았소. 움직이지 않는 자에게 보화와 향기 무슨 소용이며되돌아온 명성 무엇인가,살아남은 자의 회한 아닌가. 유토피아 존재하지 않기에다가가려는 노력이면 만족스러웠을 텐데당신 죽음으로 증명했고백성 탄식 내뱉을 따름이다. 어느 세상으로 떠난다는 말인가,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세상인데? 육신 타버려 가루로 남았지만기억 선명하게 이어질 것인데살아남은 자의 욕심이겠지. 존재하지 않는 세상 만들기 위하여진혼곡 부르고 헌사 읊으며절하고 꽃 바칠 뿐이름 도둑질하고 최후 강탈하여당신의 침묵도 차지한다. 사람을 용서하라,권력 근엄하다고 믿었다가 고삐와 사슬 드러나니슬퍼하는 자들에게 마지막 명예조차 던져주라,무(無)의 공간에서 향기 재물 외면..

습작시 2025.03.07

명품족인가 (수정본)

명품족인가 만이천원짜리 청바지 사서 입다가바랜 색깔이 마음에 들어만구천원짜리 두 번째 청바지 샀다. 평생 옷 살 줄 몰라서아내가 사서 입히는 옷 다수였는데한국전쟁 중에 태어나기억 속에 아껴야 한다는 생각편집광처럼 도사리고 있다. 3월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자책감 때문인지 피부병까지 생겼는데화사한 계절 시작되자 세상의 색깔 싫었다. 안경점에 들렀다가눈에 띤 검은 색안경 집어 드니30만원짜리 유명 명품이란다.도수까지 넣어서 6만원 더 주고 써보니햇빛 속에서 갈색그늘 속에서 짙은 초록색이 된다. 소장품이 있다면 책과 그것뿐인데명품족이라도 되는가.

습작시 2025.03.06

봉하마을은 성지다 (수정본)

봉하마을은 성지다 얼음 녹아서 물이 되고물 얼어서 얼음이 되기에,밤이 지나서 낮 오기에죽음과 삶 하나라고헤라클레이토스 말했다. 권좌에 올라 멀어졌던 분오늘 아침 절벽에서 뛰어내려죽음과 삶 자연이라며 남긴 유서이해하려면혁명할 수 없었다고,그런 시절 아니었다고말하는 게 고작이리라. 위에 칼이 매달려권력자 위협한다고 다모클레스(Damocles) 경고하고,장자(莊子) 경상(卿相)의 지위를교제(郊祭)의 제삿소(犧牛)에 비교하지 않았나. 끊임없이 침략당하여 부녀자들 겁탈당하고백성의 목 잘리던 포악하고 어리석은 역사에서당신 죽음으로 책임진 권력자로 남는다. 죽음과 삶 자연의 일부라기보다죽음이 있기에 삶 고귀하다고 주장하면서*당신의 죽음 고귀한 것이라고 말하겠다.비겁한 인간들에게 권력자의 최후를극명하게 보여주고 우리 ..

습작시 2025.03.06

심판 (수정본)

심판 최후의 심판이 온다고,반드시 닥친다고 말하지만세상의 끝에서 뒤돌아보면순간마다 심판이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경계선에서당신 배회하지 않을까,지쳐 영혼조차 무색해지고홀로 남은 자의 외로움차라리 사라짐만 못하지 않을까? 두려움 잊고자 취해 살며희희낙락거리고 돌아오던 길쓸쓸했겠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당신 묻기라도 했는가,외침과 절규 숨어있는 거리에서?

습작시 2025.03.06

언어의 메아리 (수정본)

언어의 메아리 언어를 던지면뒤틀리고 납작한 모양이 되어창문에 튀어 돌아오지만,그런 세월이 얼마나 갔는지무한히 큰 유리창 투명성 사라지고갖가지 춤추며 다가왔다. 이 색깔 해석해보시오,저 춤사위 짐작해보시오. 당신이 내놓는 단어에얼마나 큰 공간 메아리치는지시간에 띄워보시오. 제트 기류처럼 꼬리가 사라지는 글귀의 머리에서마찰음 울리고 소리가 클수록 세상 긴장할까?

습작시 2025.03.06

기도 (수정본)

기도 기도무능한 자의 소망일지도 모르지만유능한 자의 능력 알지 못하여성당에서 묵도하는 일 잦다. 돌아가신 이 생각하고 살아온 길 돌아보며앞으로 어찌 살지 침묵으로 생각한다. 그저 이렇게 해달라는 간구로 끝나지만평안하게, 아무런 느낌이나 생각도 버리고간혹 이대로 세상 떠나도 좋다는 느낌 든다. 최후의 기도 가능하다면 음계 이어 연주하는 것처럼이 세상 끝내는 것이리라,이리저리 살았던 노인 계곡으로 떨어지고아낙으로 늙었던 노파 심장 밤새 멎듯이.

습작시 2025.03.05

오월의 아카시아 (수정본)

오월의 아카시아 봄이 오기 전호흡부전으로세상 뜬 아비의 몸 불태우고2시간만에 나온 뼈를 빻아벽제 화장터 옆에 뿌렸다.  혈육이 사망하기 전까지매일 출퇴근길에서요리조리 피해 다녔다.살점과 뼈가 고온에 녹아내려마침내 바스러지는 곳이라니,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곳 죽음 누구에게나 갑작스럽듯이 피붙이에게도 그렇게 다가왔다.불에 태워지기를 원했다지만어쩔 수 없다고 결정하지 않았던지,그냥 가보자고 끄떡이지 않았던지. 한바탕 가루가 되어 산속에 버려졌으니찾아가도 만날 수 없고 만져도 닿지 않는다.개나리가 피면 삼베옷 입었다고진달래가 피면 붉은 눈물 흐른다고그쪽만 바라보아도 눈물 고였다. 오월 녹음이 무섭던 날아카시아가 산 타고 오르면서늙어가던 이의 반백머리처럼명암 섞어 들었다. 노인의 향기산에 스러져 하늘로 가는..

습작시 2025.03.05

선유동 지나며 (수정본)

선유동 지나며 차도에서 고개 넘는데마을 있으리라는 느낌사람 살리라는 생각 아득해. 짙푸른 6월 말의 녹음 속에서좁은 포장도로 따라 오르내리면녹음에 맴돌던 고요 찡 울리고산딸기 따 먹고 내려간 길에논밭이 펼쳐졌다. 돌아 나오려면 어찔한 더위선유천 따라 내려가니늘 다니던 버스길 보일 듯한데수많은 개가 짖는다. 감금된 슬픔 마을 위로 떠 오르고감시하는 개 외면하고 무관심했다.고압선과 수많은 개의 존재 이방인처럼 서걱거리고선유동 여름 햇볕 속에 늙어갔다. 후기: 선유상회에서 물 한 병과 얼음과자 하나를 사고, 양주화훼단지 쪽으로 계속 걸었다.

습작시 2025.03.05

그곳에 가면 (수정본)

그곳에 가면  젊어서 돌아가신 어머니 체취 어리는 곳에 가면비가 내린다.짙은 구름 몰려오고폭우 되어 앞 가리고태양 빛을 잃는다. 어린아이들어떻게 살아왔을까요?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지금 무사하다고 말하지만생명이 비틀거렸지요. 삶이 그런 것이라고 잊지 말라고그곳에 가면 비가 옵니다. 후기: 내일은 2009년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이제 내 곁에 어버이는 없다.

습작시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