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바오바브나무의 역사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30. 09:23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는 3천년 이상을 사는데

거죽은 단단하되 속은 물러서 동물들이 속에 살고

아름드리 몸뚱이를 공중에 올려

치즈조각 같은 열매를 맺는다.

 

이기적 유전자(利己的 遺傳子)는 바깥을 차단하고

빗물과 공기와 양분을 빨아들이기만 하여

자기를 먼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생명이기에

창조된 신화(神話)에서 무리를 먼저 생각하면

옛날 고래나 곰 사냥에 어울리는 짓이지.

 

마르크스가 죽고 케인즈도 죽은 지구에서

기계의 굉음에 따라 산골짜기가 무너져 내리고

태백준령에서 사람을 모르는 소나무도 짧게 살지.

 

엄격하게 살되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라고,

세상을 여과하며 불필요한 것은 막으라고

그래서 세상살이는 갈등이라네.

 

팽창하는 우주가 파멸하여 사라질 때

바오바브나무도 이 세상을 떠나면서

싸움의 종말은 그러했다고

역사를 증언할 테지,

쓸모를 모르는 역사.

'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길에서  (0) 2010.07.30
2008년 세밑  (0) 2010.07.30
떠나는 자  (0) 2010.07.30
시간  (0) 2010.07.30
움찔거리며  (0) 201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