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 전쟁 (9) (수정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2.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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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쟁 (9)

 

국가라는 허깨비 믿어서

사나운 미치광이 되어

농투성이가 기르던 닭 잡아먹고

딸 겁탈하며 희희낙락하던 때

산골로 도망친 백성에게

인민이라는 귀신 이름으로

빨치산이 국가를 처형하자

반도 눈물로 세월 이어갔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

살 떨리는 시간에 유전자로 각인되고

국가처럼 인민도 맹목적이어서

내세 믿으라는 도깨비 몸집 불렸다.

 

생명만 보존하면 훗날 기약할 수 있으려니

슬픔 감추고 냉정한 표정으로 기다리면

웃음 되찾을 수 있으려니

밀기울 떡에 간장 반찬으로 먹으며

땅 파고 도로 닦으면서 살았다.

 

부황 뜬 얼굴이 갈망하는 것

잘살아보자는 기치 따라갔고

남은 것 전쟁의 폐허였기에

외국돈 받으며 물건 만들었다.

 

자본 무엇이냐고?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되었고,

먹여주니까 과거 잊었냐고

통치자 이빨 드러냈다.

 

눈물로 살다 보면 언젠가 그치고

니체의 말처럼 최후에 웃는 승자 되리라.

그렇게 농투성이 살아남았고

딸자식 결혼해서 캐나다에 살고

아들 대도시에서 회사 다니면서

소위 안정된 생활 꾸려 가는데

늙은 부모에게 눈물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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