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 (수정본) 혼자 떠나는 여행 나를 찢어 준비하는 여행혼자만 갈 수 있는 길인데알 수 없는 나날들 위하여그림자라도 끌고 간다. 돌아보지 않는 삶의 뒤안길저울질하며 걷는다. 때로는 나날이 징그럽지?여행의 허허로움 따라바람에 이끌려 떠난들 누가 뭐래 꿈속의 광휘(光輝)에 눈이 부시지. 습작시 2025.03.11
달리아 (수정본) 달리아 비바람 치던 여름날장독 곁 화단에서 달리아 울더니꽃잎을 내리고빗방울만 흐릅디다. 번개 지나가던 하늘에창문 뒤흔드는 바람 타고고개 숙인 꽃잎에부끄럼만 매달려 있습디다. 습작시 2025.03.11
시선 (수정본) 시선(視線) 여인의 몸에서 튀는 시선 널브러지는 잔해(殘骸)인가. 생명이 내리는 명령에 따라 바랜 세포핵 그물에 걸리고종착점에서 허덕거리는데새로운 세포 늘 태어난다. 길에서 쓰러지건 방에서 잠들건나를 내칠 수 있을까,영혼 부활하는가? 언어의 남발에 메아리 돌아오고나는 아직 존재한다. 바람에 부친 이야기들철새 날개에 실려 오는데,밤혀를 날름거린다. 습작시 2025.03.11
석주 이야기 (수정본) 석주 이야기 서울과 맞붙은 경기도 비닐하우스 촌6학년짜리 석주는주정뱅이 아버지 귀먹고 말 못하는 어머니와함께 살지. 하루가 멀다고 아빠에게 매 맞아응급실로 실려 가는 엄마 보며도둑질도 하면서 하루하루 살지. 전교조 조합원인 담임이아침마다 비닐촌 아이들과 달리기 하는데주머니 털어 많이 달리는 아이들 상도 주어석주는 보통 아침마다 운동장 20바퀴 돈다. 며칠 전 도둑질하다 들킨 석주 집에서 무지하게 맞고 장맛비 내리는 둑길에서 밤새고달리기 상 받으러 학교에 왔는데교장 선생이 교실로 와 담임에게“그런 아이들에게 무슨 상을 주냐?”아이들에게 지난 도난 사건 말하는데담임 어이없어 교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이담에 커서 나처럼 교장이 되거나 교감 선생님이 되거나 사장이 되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습작시 2025.03.11
내가 가는 봄길 (수정본) 내가 가는 봄길 화사한 벚꽃보다 붉은 복사꽃 피는 골짜기에서하늘 맞닿은 곳까지 걸어가면다윗처럼 나의 목자(牧者)는 없더라도내가 사랑했던 것들에 눈물 흩뿌릴 수 있다면... 후기: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ㅡ 정 호 승 ㅡ 습작시 2025.03.11
시간 비틀거리다 (수정본) 시간 비틀거리다 내일이 막혀있던 시절시간 속히 흐르기를 바랐고분홍빛만 보이던 때멈추기를 원했다. 시간 멈춘다면고통 행복도 정지함을,사라진 생명 몰랐던가? 하늘에서시간 헤아릴 길 몰라오가는 것 찾지 못하지만땅 위에서생존이라는 뒤치다꺼리에세월 흘러간다. 나는 모르고너도 눈 감고비틀거리며 살 때떨어지는 해세상 물들인다. 습작시 2025.03.11
이렇게 살아간다 (수정본) 이렇게 살아간다 강물로 푸르며바람으로 맑아태양이 땅 스치듯살아간다. 너를 만나던 날약속 가슴에 품었는데그 말 기억하며휘휘 돌아다니지. 삶보듬고 싶다면추억 돌아보라,발자국을.과거라는 등불로 미래 밝힌다. 순간 사랑하지 않고 미래 올까.내일이라는 실 자아내며푸르고 맑고 뜨겁게 살아야. 습작시 2025.03.11
황토 (수정본) 황토 딛고 선 땅에 뿌리 박아도흔들리는 시간에대지(大地)가 산다. 바래지는 흑백사진 존재 있고열매 맺지 않는 이야기 이어진다. 여행의 종점에서흩어지는 사람들발걸음 소리 남기고황토 노래한다. 습작시 2025.03.11
생존과 화해하려면 (수정본) 생존과 화해하려면 퇴색한 장소 정지한 시간나무토막 얼굴들휘감으며 달려든다. 혈관 속에서 생겨나신경세포 타고 오고두개골까지 오르며뒤죽박죽된 기억들! 삶과 화해하려고모래사막 건넌다,피부 태워 주름지우고혀 태워 모래에 처박는 황야를언덕에서 길 잃어잠들고만 싶은광야를. 의식은 그렇게 했다고 말하지만자존심을 그렇게 했을 리 없다고말한다. 그리고 자존심이 이긴다.* 니체 젊어서 미쳐 죽었다. 후기:*니체의 언설 습작시 2025.03.11
산울음 (수정본) 산울음 눈 덮인 멧부리 우는 밤계곡 가랑이를 뒤틀며 떤다. 동면(冬眠)으로사지 늘어뜨리며 뒤채는 기슭에매달린 고드름 바위에서 번득이고. 긴 밤 휘몰아오는지구 자전(自轉)에서태양 자취 감추고달에 생명 살지 않는다.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산자락 올려 치고 내리 빗는 바람,휘어 굽는 소나무. 산자락 휘몰아 오르는 얼음알갱이 샘물에서 나온 물줄기 멈추고세월이 달린다. 습작시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