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들판에서 달빛이 튀는 서리 벌판, 땅이 숨을 고르는 어둠, 첩첩산 아래 불을 보며 걸어야 했는데, 뇌리에 달라붙은 사념을 달고 역마살로 하늘과 땅을 여행했는데 욕망의 뒤를 따라 다니던 그림자가 있다. 생명이 사라진 들판에 남은 흙에 오소소 떠돌아 다니는 꿈의 자취. 습작시 2010.07.28
삶과 화해하려면 퇴색한 장소 정지한 시간, 나무토막 얼굴들이 휘감으며 달려든다. 혈관 속에서 생겨나 신경세포를 타오고 두개골까지 오르며 뒤죽박죽된 기억들! 삶과 화해하려고 모래사막 건넌다, 피부를 태워 주름지우고 혀를 태워 모래에 처박는 황야를, 언덕에서 길을 잃어 그냥 잠들고만 싶은 광야를. 의식은 그.. 습작시 2010.07.28
왜 그랬을까? 아테네가 잿더미가 되던 날 항구를 떠나던 노인에게는 표정이 없었고 로마에 야만인들이 입성하던 날 술취한 사람들이 휘청거렸다. 치장하지 않고 살리라. 습작시 2010.07.28
신화(神話) 만들기 세상에 시작이 없었다면 지금 시작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고, 세상에 시작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무엇이냐고, 여기서 이율배반이 생겼다. 유한과 무한이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 이음과 끝남이 반복되어 인종이 살아간다. 생명유지만하기 위하여 세상을 바라본다면 비상(飛上).. 습작시 2010.07.28
장맛비 내리는 창문 너머로 장맛비 유리창에 내리던 날 색상은 없어지고 음영만 남아 헐떡이며 문 두드리던 사람은 우주에서 온 길손이었네. 얼굴을 기억치 못하지만 심장 박동이 크게 들려 가는 곳을 물어도 고개를 돌리고 힐끗 번갯불 타고 사라진 사내. 습작시 2010.07.28
바람 잡아 살면 바람 잡아 살던 세월이 휘휘 지나가고 생애에 피었던 꽃은 기억에서 지워진다. 있었든지 아니든지 그대의 문제일 뿐 세상에 대고 물어도 메아리만 돌아온다. 가슴에는 물방울이 넘실거리고 공중에는 해가 스멀스멀 폭발했다. 습작시 2010.07.28
시선(視線) 여인의 몸에서 튀는 시선은 널브러지는 잔해(殘骸)인가. 생명이 내리는 명령에 따라 바랜 세포핵은 그물에 걸리고, 종착점에서 허덕거리는데 늘 새로운 기운이 태어난다. 길에서 쓰러지건 방에서 잠들건 나를 내칠 수 있을까, 영혼이 출현하는가? 언어의 남발 안에 메아리는 돌아오고 나는 아직 존재.. 습작시 2010.07.28
다알리아는 비바람 치던 여름날 장독 곁 화단에서 다알리아가 울더니 꽃잎을 내리고 빗방울만 흐릅디다. 번개가 지나가던 하늘에서 문풍지를 뒤흔들던 바람을 타고 고개 숙인 꽃잎에 부끄럼만 매달려 있습디다. 습작시 2010.07.28
여행 나를 찢어 준비하는 여행은 혼자만 갈 수 있는 길, 알 수 없는 나날들을 위하여 그림자라도 끌고 간다. 돌아보지 않는 삶의 뒤안길을 가끔 저울질하며 걷는다. 때로는 나날이 징그럽지? 또 여행의 허허로움을 따라 바람에 이끌려 떠난들 누가 뭐래, 꿈속의 광휘(光輝)에 눈이 부시지. 습작시 2010.07.28